싸우는 아이 큰 소리로 말렸다고 아동학대법 피의자 되는 교사들 [쓴소리 곧은 소리]
  •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대변인(부산 덕양초등학교 교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5 16: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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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취지와 달리 ‘학부모 악성 민원’의 원천 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돼야

7월29일 한여름 햇살이 가장 뜨거운 오후 2시, 3만 명의 교사가 광화문에 모였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그들이 외친 것은 월급을 올려 달라거나, 특별한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은 배우고 싶다”였다. 그 흔한 투쟁가 하나 없이, 집단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부르짖는 이 ‘이상한’ 집회는 7월22일부터 매주 이어지고 있다. 점잖기로 둘째가라면 서운한 교사들이 이렇게나 많이 길거리에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한 것일까?

한 초등 신규 선생님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학교뿐 아니라 어느 직장이라도 일이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힘겨움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신규 선생님의 죽음을 단순한 개인의 죽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겪었을 악성 민원에 무작정 당할 수밖에 없었던 무력감,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자괴감, 피해를 보는 다수의 선량한 학생을 지킬 수 없다는 좌절감, 그로 인한 참담함까지. 그 모든 고통을 전국의 교사들이 겪었고, 겪고 있기에 그 신규 교사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처럼 가까이 느껴졌을 것이다.

7월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교사 생존권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무너진 교실에 교직생활 불만족 “68.4%”

매년 스승의 날이 다가올 때면 언론에서는 촌지를 받던 선생님, 아이들을 때리던 선생님, 전날 과음을 하고 술 냄새를 풍기며 자습을 시키던 선생님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교사의 모습들을 기삿거리로 소환해 왔다. 하지만 2023년의 스승의 날은 달랐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결과(4월20~28일, 1만1377명 참여)에 따르면 교직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68.4%(7778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교권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는 3025명(26.6%)이었다.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의원면직)을 ‘매일’ 고민했다는 교사는 2950명(25.9%), ‘종종’(3813명), ‘가끔’(3137명) 고민했다는 교사까지 합치면 모두 9900명(87.0%)에 달했다. 이를 입증하듯 ‘교권침해가 심각하다’ ‘교대의 인기가 추락한다’ ‘많은 교사가 이직을 고려한다’ 등의 기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뉴스가 나와도 그 어떤 것도 교육 현장을 바꾸지는 못했다. 여전히 교실은 소수의 문제 학생이 군림하는 정글이었고, 다수의 학생은 고통받았으며, 교사는 무력했다.

문제 학생과 극성인 학부모는 언제나 있었고, 교사들이 열심히 지도하면 그럭저럭 평화로운 교실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발의되고,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교사들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몰리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은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고, 오히려 학교로 들이닥쳐 교사들을 공격하는 수단이 됐다.

아동복지법 제5조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제17조에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친구와 다투는 학생을 큰 소리로 말리는 것은 정신적 고통을 준 아동학대다. 가위로 친구를 위협하는 학생을 만류하고자 손목을 잡아서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신체적 고통을 주었으니 역시 아동학대다. 수업시간에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바르게 앉으라고 타일러도, 아이가 기분 나쁘고 수치심을 느꼈다면 아동학대다.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 교사들은 이런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에는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억울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무고죄가 성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신고자가 자신은 ‘아동학대인 줄 알았다’고 하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귀결되고, 교사들은 점점 생활지도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교사가 포기한 교실에서는 교육이 사라진다.

법(法)만 문제인 게 아니다. 다수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그에 따른 다수의 학부모를 상대하게 된다.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갈등 상황에서 민원을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 학교장이나 교육청은 오히려 교사의 사과를 종용해 성난 학부모를 진정시키는 게 더 쉽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시교육청은 2022년 2월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 교사를 폭행한 학부모를 교권침해 행위로 경찰에 고발했다. 인천시교육청이 교권보호를 위해 학부모를 고발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동안 교육청이 학부모 고발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악성 민원 ‘차단 방어막’ 꼭 필요”

교사로서 지금까지 그런 악성 민원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개인의 자질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교직생활을 순전히 운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단지 운이 좀 좋았을 뿐인 많은 교사가 서이초 앞에서 신규 교사를 추모하며 조금 더 용기를 내서 교권침해 실태를 고발하거나, 현장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참회의 심정을 쪽지에 남기고 갔다.

지금처럼 교육계가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으며, 교육부뿐 아니라 지역 교육청들도 앞다퉈 각종 교권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동학대를 수사기관 조사 이전에 특정 위원회에서 다루게 한다거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초중등교육법에 넣으려고 하지만 개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민원 처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창구를 단일화하겠다고도 한다. 교육활동으로 인한 소송 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금액도 늘린다고 한다.

큰 희생 후에 이런 대책들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올바른 법안과 제도를 마련해 더 이상 고통받는 교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아동학대 관련 법이 공고하고, 악성 민원을 차단하는 방어막이 없으면 어제의 신규 교사가 내일의 내가 될지 모를 일이다. 돌아가신 선생님을 추모하는 학교 앞에서 검은 상복 추모객의 “왜 우리 편은 없어!”라던 절규에, 여기, 그래도 손잡아줄 사람이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교권의 회복은 단순히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권의 회복이 곧 교육의 회복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대변인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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