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이 돌아온다…명맥 끊긴 공개 코미디, 웃음 살아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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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종영 3년 만에 귀환 예정…11월 첫 방영
올해 8월 부코페에서 첫 무대 선보여
2020년 종영한 K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KBS 제공
2020년 종영한 K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KBS 제공

K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돌아온다. 최근 KBS는 11월5일 《개그콘서트2》(가제)의 첫 방영을 예고하면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알렸다.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며 종영했던 《개그콘서트》의 3년 만의 귀환이다.

 

30% 시청률의 ‘간판 코미디’ 왜 막 내렸나

공개 코미디가 건재했던 시기가 있었다. 1999년 시작한 KBS 《개그콘서트》, 2003년부터 방영한 SBS 《웃찾사》, 2006년 막을 연 MBC의 《개그야》 등 전통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대중의 웃음을 유발하며 시청률을 이끌었다. 특히 《개그콘서트》는 30%가 넘는 시청률까지 기록하면서 수많은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이자 스타 배출의 통로로 기능했다.

김준호, 김영철, 김지혜, 김병만, 강유미, 안영미 등 인기 개그맨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허경환, 박성광, 김원효, 박영진, 김준현 등이 《개그콘서트》의 최전성기를 일궜다. ‘꽃봉오리 예술단’ ‘박준형의 생활 사투리’ ‘봉숭아학당’ ‘마빡이’ ‘수다맨’ 등의 코너가 회자되면서 수많은 유행어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개그콘서트》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세 번의 예능 부문 작품상을 받았고, KBS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네 번이나 받았을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리얼‧관찰 버라이어티로 예능 트렌드가 바뀌면서, 콩트를 중심으로 하는 공개 코미디는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유튜브와 OTT가 급부상하면서 대중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은 늘어났고, 현실감과 신선함이 없다는 공개 코미디의 단점은 더욱 부각됐다. 여성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개그나 신체‧외모를 비하하는 내용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비판과 함께 수반되는 시청률 하락을 견뎌내지 못했다. ‘웅이 아버지’ ‘나몰라 패밀리’ 등으로 웃음을 선사한 《웃찾사》도 2017년 사라졌다. 21년이라는 시간동안 대중을 웃게 한 간판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도 결국 달라진 방송 환경과 트렌드 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2020년 종영했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지상파에서 이뤄지던 개그맨 공채도 멈췄다.

개그맨들은 심의의 제약이 없는 유튜브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식대학》이나 《숏박스》 등의 숏폼 콘텐츠를 통해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개그의 명맥을 이어갔다. ‘공개 코미디 시대’ 이후의 개그 무대가 유튜브에 세워지면서 개그의 형식이나 표현 방식도 달라졌다. 콩트가 아닌 일상을 배경으로 한 몰래카메라,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하이퍼리얼리즘을 보여주는 스케치 코미디가 주류가 됐다. 김원훈, 엄지윤 등 유튜브를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낸 개그맨들이 대세의 반열에 합류했다.

이후 TV에서는 JTBC의 《장르만 코미디》, 서바이벌 형식을 가져온 KBS의 《개승자》 등으로 코미디의 형태를 바꾸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지만, 이미 웃음의 공식이 변한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두 프로그램은 모두 달라진 코미디의 새로운 길을 제안하지 못했고, 이를 상징하는 새로운 스타 개그맨들을 탄생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유일하게 유지한 것은 tvN의 《코미디빅리그》였다. 2011년 9월 방송을 시작한 《코미디빅리그》는 지상파 공채 출신의 코미디언이 대거 합류해 치열한 개그 대결을 벌이는 형식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시청률 1%의 늪에 빠지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요일 편성을 바꾸면서 시청자 확장에 나섰지만 시청률의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코미디빅리그》는 9월13일 방송 이후 휴지기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새로운 포맷과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제공
과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KBS 제공

SNL 등으로 관심 환기…공개 방송 재개 추세

다행스러운 점은 분위기가 반전됐다는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대한민국을 웃게 할 개그맨들을 뽑는 절차도 개시된 바 있다. KBS는 지난 5월 공지를 내고 신규 코미디 프로그램에 참여할 크루를 모집했다. 《코미디빅리그》를 운영하는 tvN도 올해 신인 코미디언을 공개적으로 모집한 바 있다. 비록 ‘휴지기’에 돌입했지만 프로그램 ‘폐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개 모집한 신인 개그맨들을 합류시켜 공개 코미디의 가능성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개 방송도 적극적으로 운영되는 추세다. OTT인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는 SNL코리아는 녹화 형식을 택했지만 공개 방송 형태로 방청객을 모집해 운영하면서 스탠딩 코미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돌아오는 《개그콘서트》의 첫 무대는 TV 방영 전,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의 폐막식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부코페는 2020년에도 《개그콘서트》 종영 이후 개그맨들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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