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니까 일단 들어와”…테마주 광풍 부추기는 ‘리딩방’ 주의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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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에서 초전도체로…‘테마주’ 휩쓸린 K-증시
당국 “리딩방 통한 거짓 정보 유포 특별 단속”

‘꿈의 물질’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국내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초전도체 테마주가 하루아침에 하한가로 돌아섰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 물질과 관련해 학계에서 속속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오면서다. 큰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물량을 대거 던지면서, 관련 종목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국은 최근 초전도체와 2차전지 등 각종 테마주 열풍이 증권시장을 과열시킨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중심엔 거짓 정보를 퍼나르기 쉬운 이른바 ‘리딩방’을 통한 불공정 거래 행위가 있다는 판단이다. 불법 리딩방을 통해 주가 조작에 가담하게 되거나 고액의 사기 피해를 당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증권 시장에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 열풍이 불면서 불법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 Pixabay
최근 국내 증권 시장에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 열풍이 불면서 불법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 Pixabay

풍문으로 올라간 주가, ‘팩트 체크’에 ‘와르르’

9일 초전도체 테마주로 묶인 종목은 전날에 이어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오전까지 대부분 종목이 상한가를 보이다가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순식간에 하한가로 돌아섰다. 전날 2시간 동안 각 종목 별 변동 폭이 작게는 30%, 크게는 60%에 달할 정도다.

초전도체 관련주가 한 순간에 약세로 돌아선 것은 LK-99의 진위 여부를 연구하던 미국 연구진이 “게임은 끝났다.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SNS 글을 올렸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응집 물리 이론 센터(CMTC)의 발표가 전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국내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투매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LK-99의 진위성을 의심하는 타국 연구진의 발표가 이미 다수 공개됐던 데다, 불과 수십 분 만에 다수 종목이 하한가에 준하는 약세로 돌아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다. 때문에 이번 초전도체 테마주 사태를 두고 알고리즘 매매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거래일 동안 회자된 이슈인데다 다수의 개인투자자 분포를 감안하면 8분의 조정시간은 극히 짧다”며 “투매로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고, 짧은 시간 거래랑 폭증과 호가 하락에서 알고리즘 매매, DMA(직접 시장접근) 채널 거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특정 테마로 묶인 종목이 하루아침에 약세로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도 에코프로와 포스코 그룹주 등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오전에는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다 오후 들어 급락세로 전환하며 30% 이상 변동을 보였다. 고 연구원은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알고리즘 매매로 의심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며 “거래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대해 당국이 좀 더 과감해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꿈의 물질'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꿈의 물질'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둘러싸고 해외 과학계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테마주 광풍 타고 불법 리딩방 기승

당국은 최근 증권시장에 불어 닥친 테마주 열풍의 배경에 리딩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리딩방을 통해 허위 풍문이 우후죽순 퍼져나가고, 이 같은 거짓 정보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단타 매매와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긴다는 인식이다.

리딩방이란 말 그대로 주식 시장을 ‘읽어주는’ 방이다. SNS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운영되며 특정 종목에 대한 추천과 관련 정보가 공유된다. 전문성을 인증하는 절차가 따로 없기 때문에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리딩방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제공하는 개념이기에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 수는 2019년 말 861곳에서 지난달 말 기준 2100여 곳으로 늘어났다.

리딩방은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어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 통상 리딩방은 처음에는 무료로 가입하지만 이른바 ‘고급 정보’를 받으려면 수백만원 상당의 유료 가입비를 내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고 회원권 환불도 불가하다. 또 운영진이 미리 사둔 종목을 추천할 수도 있어, 가입자 입장에선 의도치 않게 주가 조작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 리딩방 관련 피해 민원은 2018년 900여 건에서 지난해 3000건으로 대폭 늘어난 상태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 테마주 열풍이 한 차례 가신 뒤에도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선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진짜 정보가 있다” “곧 호재 나온다, 소식 공유한다” “들어와서 몰랐던 내용 있으면 알아가라” 등의 글이다.

당국은 리딩방을 통한 테마주의 허위 풍문 유포에 대해 특별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최근 테마주 관련 주식시장 급등락과 관련해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빚투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테마주 관련 허위 사업 추진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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