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실종·사망 2명, 태풍 영향 아닌 안전사고로 분류
제6호 태풍 '카눈'이 우리나라를 종단한 후 11일 오전 1시께 휴전선을 넘어 이동했다. 전국적으로 시설물 파손과 주택·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태풍으로 인한 공식적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12일까지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은 카눈의 영향으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1일 오전 5시 기준 인천 강화 북쪽 약 80㎞ 육상에서 시속 13㎞로 북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94hPa(헥토파스칼)이며 최대풍속은 시속 65km(18m/s)다. 카눈은 정오께 평양 서쪽 3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전망이다.
카눈은 전날 오전 9시20분께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한 뒤 약 16시간에 걸쳐 우리나라를 지났다. 카눈이 내륙을 지나면서 강원 동해안에 시간당 8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졌고, 경기 지역에서는 최대 순간풍속 100㎞/h(27.m/s)에 달하는 강풍이 관측되는 등 많은 비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카눈의 직접 영향권에 든 지난 9일부터 10일 오후까지 강원 속초와 고성에는 400㎜ 넘는 비가 내렸다. 속초에는 전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91.3㎜에 달하는 '극한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역대 태풍에 의한 1시간 강수량 중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9일 이후 누적 강수량은 오전 5시 기준 강원 고성 402.8㎜, 경남 양산 350.0㎜·창원(338.6㎜), 경북 경주 318.0㎜, 울산 305.0㎜, 전북 남원 275.0㎜, 부산 263.5㎜ 등이다.
시설물 피해 360건 넘어…인명피해 없는 것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공공시설 184건, 사유시설 177건의 피해가 집계됐다. 도로 침수·유실은 64건(부산 39건, 경북 11건 등)이며 토사 유출 6건, 제방 유실 10건, 교량 침하 1건, 가로수 쓰러짐을 포함한 기타 98건 등이다.
주택 침수는 30건(강원 19건, 대구 11건)이며 주택 파손은 3건이 집계됐다. 상가 침수는 16건(대구 15건)이며 토사 유출은 8건(부산 7건), 간판 탈락 등 기타는 118건이다.
부산·울산, 대구, 경남 등지에서 4만358가구가 정전돼 현재까지 94.2%가 복구됐다.
경남, 전남 등지의 농작물 침수나 낙과 등 피해는 여의도(290㏊)의 3.5 배에 달하는 1019㏊다. 농경지 20.2ha도 유실됐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중대본은 집계했다.
전날 대구 군위군 하천에서 67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끝내 숨졌고, 대구 달성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이 소하천에 추락한 후 실종됐는데 이들은 태풍 인명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집계됐다.
서울·인천·경기 일부 12일까지 비…강풍 주의
금요일인 수도권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카눈 영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인천·경기 일부는 12일 새벽까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충북과 전라권·경북 서부는 11일 오전, 강원도는 오후까지, 충남권은 11일 밤까지 비가 오겠다.
12일까지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인천·경기 서해안·경기 북부 내륙·서해5도 20∼60㎜, 서울·경기 남부 내륙·강원 영서 중부와 북부·충남 북부 5∼40㎜, 대전·세종·충남 남부·전북 5∼20㎜, 강원 영서 남부·강원 영동 중부와 북부·충북 5㎜ 안팎, 광주·전남(남해안 제외)·경북 서부 5㎜ 미만이다.
강원 영서 남부와 충북, 전북 동부, 경북 서부·북동 내륙에는 5∼40㎜, 제주도에는 5∼20㎜의 소나기가 내리겠다.
태풍 영향으로 중부 서해안에는 순간 풍속이 초속 20m 안팎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아침까지 중부 내륙에는 순간 풍속 초속 15m 안팎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겠다.
낮 최고기온은 24∼32도로 예보됐다. 남부지방은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겠다.
만조 시간대에는 해수면 높이가 더욱 높아져 해안가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 가능성이 있으니 시설물 파손과 안전사고 등 유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