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찾는 목장인데…암사자 탈출에 ‘발칵’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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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1시간 만에 인근 숲 속서 발견해 사살
농장주 “1년 전 인수, 뒤늦게 사자 사육 알았지만 넘길 곳 못 구해”
8월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산으로 도주했다가 엽사에게 사살됐다. ⓒ 연합뉴스
8월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산으로 도주했다가 엽사에게 사살됐다. ⓒ 연합뉴스

경북 고령군 한 민간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가 탈출했다 1시간여만에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4일 경북소방본부와 고령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4분께 덕곡면 옥계리 한 사설 목장에서 20년 정도 된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과 경찰은 즉시 인력 159명과 장비 34대 등을 투입해 지역 엽사들과 합동 수색에 나섰다. 

수색대는 탈출 1시간이 지난 오전 8시30분께 목장으로부터 4~5m 떨어진 숲 속에서 암사자를 발견했고 현장에서 사살했다.

김동환 고령군 엽우회 회장은 "암사자가 맹수고, 민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마취총을 맞더라도 마취가 되는데 시간이 걸리니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과 의논해) 사살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고령군과 인근 성주군은 사자 탈출 신고 접수 후 주민들에게 재난안전문자를 발송, 주의를 당부하며 "사자 발견시 119로 신고해달라"고 안내했다. 

사자가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때 입산 금지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8월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인근 숲 속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8월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인근 숲 속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고령군에 따르면, 해당 목장은 지난해 2월 군청으로부터 관광농원으로 지정돼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 축사 운영 허가는 받았으나 별도의 사자 사육과 관련한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군 측은 "목장 주인이 사자를 키웠다는 것을 주변 주민이나 이장도 몰랐다고 한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약 1년 전 소를 방목하며 키우기 위해 해당 목장을 인수했다는 목장주는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는 목장 인수 후 사자 2마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수사자였던 1마리는 자신이 본격 운영 전에 이미 죽었다고 했다.

목장 주인은 "환경청에 사자 처리를 요청하고, 동물원에도 기부나 대여를 문의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나면 동물원의 다른 사자가 죽는 등 우려로 다들 거부했다"며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맡아 키워오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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