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 풀리며 면세품·화장품·항공 등 ‘중국 소비주’ 강세 전망
  • 조홍규 前 삼성자산운용 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0 08: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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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주식시장 숨고르기 중…투자 매력 낮아지며 기술주 중심으로 가격 조정

8월1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 Rating)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국가 신용등급은 해당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의 상환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해당 등급의 강등은 미국 국채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 충격은 향후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8월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하면서 국내외 주가 지수가 크게 흔들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2011년에도 국내외 주가지수 큰 폭 하락

실제로 신용평가사인 S&P는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그 여파로 미국의 주가지수는 2011년 8월에서 10월까지 약 2개월 동안 15%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주가지수의 경우 23%나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4% 상승하며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주가는 2011년만큼 높은 변동성을 보이진 않지만 그동안의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우리나라 주가지수는 연초 이후 7월까지 약 20% 상승했으나 8월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각각 3.3%와 4.7%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다시 1300원을 넘어서며 원화 가치가 8월에만 4.1% 하락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8월7일 미국 10개 중소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기도 했다. 무디스는 BNY Mellon과 State Street 등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을 포함한 6개사의 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11개사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이러한 등급 하향이 예금 증가율 정체 및 감소에 따른 자금 조달 리스크 증가, 대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건전성 이슈 부각 등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피치도 8월15일 보고서에서 다수의 미국 은행에 대한 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BB 등급 이하인 투기등급으로의 강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월 들어 글로벌 주요 21개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평균 15bp 상승했다. 우리나라 10년 국채 금리도 13.5bp 상승했다. 글로벌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한 공통적 배경은 유가 강세였다. 높은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면 재화와 서비스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금융시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60달러 후반이었던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금리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유가 강세 외에도 경기 개선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역시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소비가 위축되지 않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주식시장은 높아진 금리 대비 투자 매력이 낮아지며 기술주 중심으로 가격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이 5.5%의 금리를 주는 단기채권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 대형주 중에서 가장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했던 기업은 엔비디아다. 반도체 총수요 증가보다는 AI(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수요로의 이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2022년 말 146달러에서 지난 7월말 467달러로 220% 상승했으나, 8월11일 주가는 408달러로 7월말 대비 13% 하락했다. 미국 기술주 ETF인 XLK도 올해 7월까지 43% 상승했으나, 8월 들어 6.4%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은 당분간 박스권 내의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경기는 아직 괜찮지만 고용, 소비 등 여러 부문에서 모멘텀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재정지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유럽과 중국 경기는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회복세가 약해 보인다. 미국 주식시장은 작년에는 경기방어주가, 올 상반기에는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였는데 8월 이후 다시 경기방어주, 특히 헬스케어의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헬스케어, 인터넷 섹터가 최근 많이 급등해 단기적으로 가격 부담은 있어 보이지만 방향은 맞다고 판단한다.

기존 주도주가 다시 강세를 보이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 애플 등이 IT 디바이스 판매 부진을 경고하고 미국 기술주가 조정받는 국면에서 반도체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재정지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할 수 있어 조선, 기계 등 산업재에 대해서도 주의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된다. 더 좋은 것, 더 많이 오를 것을 따져서 매수하는 것보다 덜 안 좋은 것, 비어있었던 것에 관심을 갖는 편이 나은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당분간 변동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섹터 및 스타일 위주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위기 관리 중심으로 투자 전략 세워야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78개국에 대한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해당 조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둔 대외관계 개선일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중국 내수 경기 활성화의 목적이 클 것이라고 판단한다. 리오프닝에도 중국 경기는 2분기부터 둔화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내수 진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해외에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생각이다. 단체관광 허용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의류, 면세점, 화장품, 카지노 등 중국향 소비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국인 항공 수요 증가 기대로 항공주에 대한 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톰소여의 모험》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역사는 결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종종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특정 이벤트에 따라 우왕좌왕하기보다는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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