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차 깔릴 동안…‘양손 너클’ 끼고 ‘사각지대’ 노린 신림 성폭행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8 13: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CTV 없는 곳 선택, 양손 너클 끼고 폭행” 자백…강간상해 혐의 구속영장
8월17일 오전 30대 피의자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 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야산 등산로 인근 ⓒ 연합뉴스
8월17일 오전 최아무개(30)씨가 지나가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 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야산 등산로 인근 ⓒ 연합뉴스

서울 신림동 성폭행범이 양손에 너클을 끼고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파가 집중되는 장소에 장갑차와 특공대를 배치하는 등 '특별치안'이 선포된 상황에서 피의자는 CC(폐쇄회로)TV가 없는 사각지대를 노려 대낮 범행을 감행했다.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현행범으로 체포된 신림 등산로 성폭행범 최아무개(30)씨는 조사 과정에서 "너클을 양손에 착용하고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자백했다. 

당시 범행 현장에서 너클 2개를 수거한 경찰은 범행과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해왔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의 금속 재질 둔기로 최근 호신용품으로도 많이 쓰이는 도구다. 

최씨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은 피해자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 17일 오전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야산 등산로에서 피해자 A씨를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낮 12시10분 현장에서 체포됐다.

최씨는 "강간하고 싶어서 범행했다"며 성폭행과 상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또 "그 곳을 자주 다녀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범행장소로 정했다"며 계획 범죄 역시 인정했다. 

조사 결과 최씨는 범행 당일 오전 9시55분께 금천구 독산동 집에서 나와 오전 11시1분께 신림동의 공원 둘레길 입구에 도착했다. 둘레길 입구에서 범행 장소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거리다. 경찰은 이곳 지리에 익숙한 최씨가 공원까지 걸어서 이동한 뒤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등산로 입구 등지의 CCTV를 분석해 최씨의 동선을 복원 중이다.

최씨는 체포 직후 실시된 음주측정 및 간이시약 검사 결과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마약류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날 중 최씨에게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씨의 의료기록과 휴대전화도 확보해 정신질환 등 병력과 최근 행적도 확인할 계획이다.

연이은 흉기난동 사건 발생과 살인 예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던 8월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앞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연이은 흉기난동 사건 발생과 살인 예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던 8월7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앞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한편, 이번 범행 장소와 불과 2km 거리에서 발생한 조선(33)의 대낮 흉기난동으로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 치안에 인력 등을 대거 배치한 상황에서 또 다시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의 치안 대책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조선에 이어 서현역 '차량 공격·흉기 난동' 최원종(22)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후 '흉악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다중밀집지역 3329곳에 일평균 1만2700명에 달하는 경찰을 투입했다. 

시·도경찰청과 경찰서 소속 9313명, 기동대 1560명, 특공대 111명, 기타 지원인력 1720명이 매일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체 경찰관 10명 중 1명이 보름 가까이 흉악범죄 예방 업무에만 매달리는 셈이다. 

하지만 신림 성폭행범이 CCTV 사각지대인 등산로를 노린 범죄를 저지르면서 대규모 인력 투입과 장갑차 등 '보여주기식'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력 과잉 투입이 오히려 현장 치안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도 대안 마련에 고심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가용 인원을 최대한 투입하고 있는데도 업무 가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경찰 인력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