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이 적대적 공생…위성정당 만들어 정의당 의석 도둑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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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정의당 간사인 이은주 의원
“거대양당이 現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왜곡…비례·대표성 더 늘려야”
“선거제 논의도 양당 유·불리 따라 지지부진…양당제 대신 다당제로 변해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지금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절반의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등만이 당선되는 승자독식 체제여서다. 특히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 탓에 6석(2%)을 얻는데 그쳤다. 정당득표율(9.67%)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다. 늘어나는 사표(死票)가 민주주의 적폐로 지목되면서, 원내 일각에서도 선거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정의당 간사인 이은주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민의를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거대양당에서 주장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비례의석 확대가 전제조건이 돼야만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양당을 향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 의석을 도둑질했다”며 “지금도 적대적 공생이 이어지고, 선거제 개편도 본인들의 유·불리에 따라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정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당체제에서 벗어나 다당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금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의원들이 자당의 유·불리와 본인들의 재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또 선거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어떻게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핵심인데, 이 부분도 빠진 상태다.”

교섭단체 회동에서 정의당이 빠졌다.

“그렇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선거제 개편 제안을 시작으로 전원위원회를 거치고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까지 구성되면서 선거제를 개편할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거대양당의 밀실 협상으로 이뤄져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거대 양당이 서로 동의를 안 하고 있다고 탓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결국 양당의 이해와 일치했다고 본다.”

일각에선 양당 체제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의한다. 실제로 우리 정치권이 본령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정치다운 모습을 보였던 적은 3당 합당 이전의 14대 국회, 그리고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20대 국회 때였다. 여러 당으로 구성된 다당제가 실현됐던 시기다. 하지만 지금 21대 국회는 거대 양당의 의석 점유율이 95.3%다. 87년 민주화 이후 최고로 극단화된 상황이다. 국민 여론도 다당제를 선호하는 만큼, 가장 대화와 타협이 이뤄졌던 때는 지금이 아닌 다당제였을 때라고 생각한다.”

정치 양극화를 초래한 것이 현행 선거제도 때문인가.

“제도가 문제는 아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국회 비례성 개선 효과가 상당히 있는 제도였다. 하지만 당시 선거제 개혁을 반대한 국민의힘은 물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함께 추진한 민주당까지 약속을 저버리고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제도의 취지를 왜곡시켰다. 그래서 당시 정의당은 약 9.7%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음에도 선거제 도입 효과를 전혀 못 봤다. 결국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통해서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의 의석을 도둑질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선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사실 위성정당 출현을 100%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대양당이 만들지만 않으면 위성정당은 없는 것이다. 관련해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나 민주당의 이탄희 의원 등도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대선 후보 당시에 국민들한테 위성정당과 관련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선거제 개편 논의가 답보 상태라면, 정개특위에서 위성정당 방지법이라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 또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국민들한테 정치적 약속한다면 정치 개혁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실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대표 등이 국회의원 정수와 비례의석을 오히려 줄이자고 주장했는데.

“사실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고 정치를 혐오하는 부분들이 의원 수가 많아서는 결코 아니다. 더 나은 정치와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된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 실종’, ‘정치 실패’의 시대다. 결국은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는 것에 일부 세력이 편승해서 스스로의 기득권을 더 강화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또 국회의원을 줄이면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더 늘어난다. 실제로 의원 정수를 줄인다는 건 소수의 의원들이 더 많은 특권을 갖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전 세계 사례와 비교해도 국민 1인당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결코 많지 않다. 결국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정치권을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2024년 총선 선거제로 구상하고 있는 안은 무엇인지.

“정의당은 국민들의 정치적인 의사가 국회 의석 배분에 반영되는 것, 민의를 담은 국회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당론으로 가장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조차 거대 양당에 의해서 다시 퇴행할 수 있는 분위기상,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만 고집하진 않고 있다. 현행보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떤 제도든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도 고려될 수 있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그 기본 전제는 비례의석 수가 늘어나야한다. 현행 47석을 가지고 또 6개의 권역으로 나누면 오히려 비례성이나 대표성이 줄어들게 된다. 소수 정당의 경우 권역별 1석을 얻으려면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해서다. 그래서 저희는 비례 의석수 확대가 전제조건으로 들어간 후, 비례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만 논의할 수 있다.”

현행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 깜깜이로 이뤄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비례대표 의원도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그래서 정의당도 민주적인 비례대표 선출 과정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왔다. 양당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제 개혁을 넘어 정치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시급히 선결돼야 되는 과제는 무엇일까.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 살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 양당이 서로 적대적 공생을 하고 있고 시민의 편안한 삶, 민생은 뒷전이다. 그래서 극단의 양당 정치는 멈추고 다당제로 가야 한다. 선거제 개혁이 중요한 이유다. 다당제 연합 정치를 통해 극단의 양당 정치가 극복될 때, 비로소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 진다. 시민들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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