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짜뉴스의 원조, 유언비어(流言蜚語) 퇴치법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3.08.25 17: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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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유래는 군신(君臣) 관계가 탄생하면서부터였는지 모른다. 권력투쟁이 무력으로 치닫기 직전까지는 말로 하는 싸움이 극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 유언비어는 민심을 얻거나 상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만드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유언(流言), 말 그대로 그냥 떠도는 소문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 「노주공 세가(魯周公世家)」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은나라를 무너트린 주나라 무왕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 성왕은 아직 포대기에 싸인 어린아이였다. 이에 무왕 동생 주공은 여러 제후가 이 소식을 듣고 반란을 일으킬 것을 걱정해 자신이 성왕을 대신해 섭정하면서 국정을 장악했다. 이에 주공의 형 관숙(管叔)과 동생 채숙(蔡叔) 등이 나라에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주공은 장차 성왕에게 이롭지 못할 것이다.”

이에 주공은 아버지 문왕과 형 무왕을 도왔던 강태공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내가 오해받는 것을 피하지 않고 섭정하는 것은 천하 제후들이 주나라 왕실에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서요. 무왕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성왕은 아직 어리오. 장차 이 상황에서 주나라를 일으키려는 것이 내가 섭정을 하는 까닭이오.”

그리고 주공은 자기가 제후로 봉해진 노(魯)나라에 가지 않고 아들 백금(伯禽)을 보냈다. 이때 주공은 아들 백금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나는 문왕 아들이고 무왕 동생이며 성왕 숙부이니 실로 천하에서 신분이 낮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 머리 감는 데 머리카락을 세 번 움켜쥐었고 한 번 밥을 먹는데도 세 번 뱉어내면서 일어나 선비를 우대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천하의 뛰어난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네가 노나라에 가더라도 신중히 해야 하며 나라를 가졌다고 해서 남들에게 교만하게 굴지 마라!”

결국 관숙과 채숙은 손잡고 동쪽 땅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주공은 성왕의 명을 받들어 동쪽을 정벌해 관숙을 죽이고 채숙은 유배를 보냈다.

그러나 유언비어가 나돌 때 실은 성왕도 삼촌 주공을 의심했었다. 주공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천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공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신하를 옛날에는 탁고지신(托孤之臣)이라 했다. 고아 신세인 어린 임금을 부탁할 만한 신하라는 뜻이다. 탁고지신은 어린 임금에 대한 순결한 충성심과 그를 지켜낼 능력을 갖춰야 한다. 조선 역사에서는 정도전, 김종서, 유영경 등이 어린 고아를 지켜 달라는 유명(遺命)을 받았으나 모두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나 주공은 성왕이 성인이 되자 정사를 성왕에게 돌려주고 신하의 자리로 돌아갔다. 주공이 세상을 떠나고 큰 흉년이 들었다. 폭풍우가 몰아쳐 큰 나무까지 뽑혀 나갔다. 이에 성왕은 금등서(金縢書)를 열게 했다. 이는 무왕이 위독하자 주공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이 대신 죽게 해달라고 빈 축문이다. 이에 성왕은 한때나마 주공에 대해 의심을 품었던 일을 자책하며 노나라에서는 예외적으로 문왕에게 직접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세미나 '가짜뉴스·괴담, 무엇을 노리나? 산업이 된 가짜뉴스'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세미나 '가짜뉴스·괴담, 무엇을 노리나? 산업이 된 가짜뉴스'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이야기는 유언비어, 즉 가짜뉴스에 대처하는 법을 담고 있다. 권력을 가지면 가짜뉴스를 통한 공격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이럴 때 그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다음은 인사(人事)다. 주공이 말한 “나는 한 번 머리 감는 데 머리카락을 세 번 움켜쥐었고 한 번 밥을 먹는데도 세 번 뱉어내면서[삼착삼토(三捉三吐)] 일어나 선비를 우대하고 있다”이다. 여전히 60%를 맴도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은 그의 진심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바로 인사에 대한 국민의 평가 때문이라 하겠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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