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사이 몸살 앓는 경주관광 1번지
  • 이승표 영남본부 기자 (sisa540@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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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시설 매입 후 사실상 방치, 시민들 "관광활성화 요원" 불만
경주보문관광단지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한옥 상가단지 전경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관광객의 발길이 멀어지고 있다는 경주보문관광단지 중심의 한옥 상가단지 전경 ⓒ경북문화관광공사 제공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중심시설들이 부분 영업이나 장기간의 휴·폐업으로 흉물로 전락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시설은 한옥 상가단지를 비롯한 신라밀레니엄파크와 콩코드호텔 등이다.  

모두 경영난으로 경매와 공매를 통해 새 주인을 맞은 지 오래된 시설과 건물이다. 그러나 이를 매수한 사업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투자를 통한 정상화 대신 휴업과 폐업을 택해 장기간 방치하고 있다.

이에 주변 상인들이나 시민들은 "명당의 부동산만 탐내고 투자는 외면한다"면서 "이는 부동산 투자가 아닌 투기에 가깝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문지구 중심에서 심장과 허파역할을 했던 상가단지가 있다.

지역민들에 따르면 1979년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린 PATA(아시아태평양지역관광총회)의 워커샵에 맞춰 문을 연 상가단지는 한 때 경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들에게 종합쇼핑타운의 역할을 하면서 인기가 높았다. 총 면적 2만5361m(약7672평)에 명문백화점과 전통문화공연장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과 식당 등 16개 (한옥)상가동이 자리하면서 성업을 이뤘다.

하지만 개장 40년을 훌쩍 넘기면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재래식 상가는 구시대의 산유물로 낙인되면서 관광객들의 구미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점차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미래 보문관광단지를 이끌어가야 할 원조 사업장이자 중심시설인 상가단지에 폐업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소유자인 경북문화관광공사(관광공사)의 고민도 깊어졌다. 

여기에 인근에 위치한 콩코드호텔과 대형 위락시설인 신라밀레니엄파크까지 휴·폐업에 가세하면서 보문관광단지의 위기는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경북관광공사는 민간 매각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70년대 지어진 낡은 (한옥)건축물과 낮은 층고는 매매의 장애가 됐고, 상가단지는 입찰과 공매를 반복하다 2019년 10월 (주)모다이노칩에 137억원에 팔렸다.

그러나 (주)모다이노칩도 매입한 지 3년이 되도록 가시적 투자를 하지 않아 상가단지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한 상황이다. (주)모다이노칩은 인수 당시 상가단지를 활성화 시켜 명품으로 재창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것으로 알려졌다. (주)모다이노칩 관계자는 “활성화를 위한 사업계획을 마련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반면 상가단지를 매각한 관광공사 관계자는 “신뢰를 저버린 황당한 일”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2017년부터 폐업과 휴업에 들어간 콩코드호텔과 신라밀레니엄파크도 도마에 올랐다. 콩코드는 일본 도큐호텔과 프렌차이스를 맺고 1979년 경주도큐호텔(콩코드호텔 전신)로 개관해 보문단지 관광호텔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2006년 개장한 신라밀레니엄파크도 경주지역의 대표적 테마파크로 명성을 누렸지만 지주사인 S건설의 부도로 콩코드호텔과 함께 가동이 중단됐다. 결국 콩코드호텔은 2017년 부산의 모 건설사인 Y엔지니어링에, 신라말레니엄파크는 2020년 경주힐튼호텔의 지주사인 우양수산에 165억원과 283억원에 각각 매각됐다.

밀레니엄파크를 인수한 우양수산의 힐튼호텔 측은 위락지구에 속한 이 시설을 호텔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콩코드호텔 측은 아예 투자를 포기한 상태다. 리모델링과 신축 등 하나의 선택지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 되지 않으면 정상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콩코드호텔과 마주하고 있는 조선온천호텔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형 온천시설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누적된 부채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호텔의 기능에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문관광단지의 중심시설이 활성화는 고사하고 방치 수준의 사업장이 증가하면서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2025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각료회의)’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경주시와 보문단지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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