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데뷔 30년, 계속 도전하는 배우 되겠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5 15: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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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해: 7510》으로 20년 만에 국내 스크린 컴백한 김희선

배우 김희선이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올여름 숨은 흥행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개봉 주에 동시기 개봉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누적 관객 수 5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고, 개봉 후 첫 주말인 일요일(8월20일)에는 할리우드 대작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치고 여름 영화 좌석 판매율 1위에 올라섰다. 이 모든 것이 ‘입소문’ 때문이다.

김희선이 출연하는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은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로,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유해진과 김희선의 ‘케미’가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김희선은 극 중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무한 긍정 톡 쏘는 맛 일영 역을 맡아 보는 사람마저 밝아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김희선은 “촬영 기간 동안 상대역인 유해진씨가 정말 치호가 되고, 제가 일영이가 되다 보니까 감정에 있어 ‘어떻게 해야지’라는 것이 없었을 정도로 연결돼 있었다”며 케미에 자신감을 보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희선은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으로 대중과 호흡해온 스타다. ‘시청률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출연작마다 화제를 낳았다. 결혼 후 간간이 출연하는 작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고, 그런 이유로 매번 ‘김희선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따라다닐 만큼 외모에 가려진 연기력이 40대 이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한 감독은 “김희선 배우는 보고만 있어도 힘이 나는 배우”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힌지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스크린 컴백이다. 중국 액션영화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 이후 10년이 지났고, 국내에서는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 이후 약 20년 만이다. 기분이 어떤가.

“상대역으로 나오는 해진 오빠가 있어 든든했다. 저는 살짝 묻어가는 느낌이다(웃음). 무엇보다 언론 시사회 때 가장 무서웠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니 기자님들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웃음이 많으셔서 안도했다. 하하. 이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자님들이 제게 질문하는 것도 긴장이 많이 됐는데, 반응이 좋아 한시름 놨다. 큰 산을 넘은 기분이다.”

그동안 영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솔직히 말하면 겁이 났다. 스코어(관객 수)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관객 수에 배우들의 몫도 있지 않나. 실제로 반응도, 스코어도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기회가 왔을 때도 자꾸 미루게 되더라. ‘드라마는 되는데 영화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스스로 벽을 쌓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들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유해진 선배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영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 끝에 고사했다. 그런 제게 감독님이 손편지를 보내왔다. 그 편지에는 제가 이 역할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저를 이렇게 원하는 감독이 있는데 제가 뭐라고 거절하겠나. 바로 전화를 했다.”

유해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미녀와 야수라고들 하는데, 무슨 소린가. 제 눈엔 치호가 제일 잘생겨 보인다. 촬영이 없는데도 제 촬영을 응원한다고 자전거 타고 현장에 놀러 오셨다. 그리고 오빠가 워낙 연기를 잘하시지 않나. 덧붙여 극 중에 격정적인 키스신이 있었는데, 제가 리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로 웃음을 참느라 NG를 많이 냈다. 그만큼 즐거운 촬영장이었다. 오빠에게는 정말 고마운 게 많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의 한 장면 ⓒ마인드마크

극 중 역할이 싱글맘이다.

“자연스럽게 우리 딸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게 되더라. ‘만약에 내가 혼자 사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딸이 싫어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상황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니 캐릭터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들도 만만치 않았다(영화에는 정우성과 임시완 등 이한 감독과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임시완 배우는 짧은 장면인데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성악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위해 성악가 선생님한테 트레이닝을 따로 받았다더라. 심지어 원래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지 않나. 그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었다. 극 중 제 전남편으로 나오는 정우성 배우는 더운 날씨에 엄청 고생했다. 저와 유해진, 진선규가 정우성 배우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같이 술 한잔하고 옛날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1993년 광고모델로 데뷔했으니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 길이 아닌가’라고 고민했던 적도 많았다. 다른 걸 해야겠다고 생각한 날도 많았는데 어쩌다 보니 이 길을 계속 걷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싶다. 특히 지난해엔 도전을 좀 많이 했다. 액션도 했고, 사극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의 신부》로 장르극도 했는데, 연기적으로 고민할 것도 많고 현장도 즐겁더라. 사실 그동안 장르극도 두려워했다. 이제는 계속 무언가를 도전하고 싶다. 특히 액션을 다시 해보고 싶다. 액션은 10을 하면 100을 한 것처럼 나오기 때문이다. 하하.”

30년간 활동하면서 유일한 공백기가 2009년 출산 후 잠깐이었던 것 같다.

“6년 동안 쉬었다. 활동을 쉬면서 어떤 작품을 보면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저 역할은 내 것인데’라는 생각도 들면서 좀 공허해지더라. 남편도 미워지고 그랬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충전의 시간이더라. 30년 동안 어떻게 일만 하겠나. 생각해 보면 제가 20대 때 일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때 열심히 일했기에 지금 여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직도 저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어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여전히 미모를 유지 중이다. 젊음의 비결은 무엇인가.

“스트레스 안 받는 게 비결이다. 어떤 일이든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해결되면 좋겠지만, 세상엔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더라. 저는 타고나길 걱정을 붙들고 사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해결 못 할 일은 떨쳐내는 습관을 오래전부터 길러와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 덜 받고 산다. 다들 촬영이 있으면 얼굴 붓는다고 야식이나 술을 안 먹는데 저는 배고프면 야식 먹고 맥주도 마시며 소소하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산다. 진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얼마 전에 영화 홍보차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너무 반겨주셔서 감사했다. 아마도 《힐링캠프》 이후 토크 프로그램에 나간 게 처음인 것 같다. 사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인데 영화 홍보로 나가려니 속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더라. 그런 제가 어색할까봐 MC분들이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들고나온 만큼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있지 않나. 사실 그게 제 꿈이다. 시청자나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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