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진술 시의원 제명 사유는 ‘품위 손상’ 아닌 ‘성 비위’”...민주당, 축소·왜곡 의혹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5 11: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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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 비위 의혹 당사자 A씨 단독 인터뷰...“불륜, 낙태, 폭행, 은폐 시도 있었다”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8월9일 ‘품위 손상’을 이유로 정진술 시의원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의결했다. 선출된 시의원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이 결정된 것은 서울시의회 역사상 처음이다. 정 시의원의 거취는 8월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정 시의원은 제명된다.

대체 정진술 시의원은 품위 손상을 어느 정도로 했기에 제명 결정까지 난 것일까. 문제는 최고 수위 징계가 결정될 수밖에 없었던 ‘사유’가 정확하게 밝혀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제명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4월 정진술 시의원의 성 비위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 없이 ‘불륜, 낙태’ 등의 내용만 짧게 언급됐다. 5월에는 민주당 서울시당이 정 시의원을 제명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정 시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서울 마포구을, 3선)의 보좌관과 정책위 부의장 등으로 민주당에서 10여 년간 활동했다. 이후 정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마포 제3선거구에서 2018년 시의원에 당선됐고 2022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특히 정 시의원은 민주당 서울시의회 대표의원(원내대표)까지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제명 결정은 더욱 놀라웠다. ‘제명 사유’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단순히 ‘품위 유지(민주당 윤리규범 제5조) 위반’이라고만 밝혔다.

ⓒ연합뉴스
‘성 비위’ 등 의혹이 제기된 정진술 서울시의원(마포3)이 5월30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출석에 앞서 간담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산부인과 진료 기록, SNS 대화 내용, 합의서 등 수많은 증거

마지막으로 서울시의회가 나섰다. 시의회 윤리특위는 정진술 시의원에 대해 한 달여 동안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윤리특위도 정 시의원의 성 비위 의혹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윤리특위는 민주당 서울시당과 정 시의원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성 비위가 제명 사유가 아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 시의원 본인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함에 따라 ‘품위 손상’을 사유로 징계 절차를 결정했다. 정 시의원과 민주당의 말만 믿고 성 비위 의혹을 덮어버린 꼴이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정진술 시의원 성 비위 의혹 당사자인 A씨가 직접 나섰다. A씨는 7월21일 서울시의회 신문고에 ‘정** 시의원 성 비위 당사자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사자가 직접 나서자 서울시의회 윤리특위도 A씨에게 소명할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시의회 윤리특위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고, 정 시의원에 대한 제명이 결정된 8월9일에도 윤리특위에 참석해 직접 소명했다. 그럼에도 정 시의원의 제명 사유는 ‘품위 손상’으로 유지됐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A씨가 서울시의회 윤리특위에 제출한 A4용지 8장 분량의 진술서를 단독 입수했다. 아울러 증거로 함께 제출된 산부인과 진료 기록, 초음파 사진, 폭행으로 인한 상해 진단서, 정진술 시의원과 나눈 SNS 대화 내용, 정 시의원과 A씨 간에 작성된 합의서 등도 확보했다.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또한 시사저널은 A씨를 직접 만나 이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밖에 시의회 윤리특위 관계자, 민주당 서울시당 윤리심판원 관계자는 물론 정 시의원의 해명도 들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진실은 다음과 같다.

정진술 시의원은 2020년 11월경 부적절한 장소에서 A씨와 처음 만났다. 이후 정 시의원과 A씨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2022년 3월20일, A씨가 임신 진단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정 시의원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정 시의원이 ‘내 아이가 아니다. 책임질 수 없다’면서 낙태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2022년 4월14일 A씨는 임신 중절 수술을 받았다. 2022년 6월1일 제8회 지방선거가 채 2개월도 남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정 시의원은 재선에 성공하며 민주당 서울시의회 대표의원(원내대표)에까지 올랐다.

이 즈음부터 정진술 시의원과 A씨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해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발생했다. 그러던 중 2022년 10월8일, A씨가 두 번째 임신을 하게 됐다. A씨는 “다음 날 정 시의원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면서 “이후 복통이 시작되더니 출혈이 생겼고 유산기가 보였다. 병원에 갔더니 자궁 외 임신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A씨는 이 모든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먼저 정진술 시의원을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A씨는 “경찰 측에서 오히려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그래서 민주당에 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당 윤리감찰단이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민주당 서울시당 윤리심판원으로 이관됐다. 결국 민주당에서 정 시의원을 제명했고 뒤이어 서울시의회도 제명을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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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진술서를 통해 “정진술 시의원의 제명 사유는 품위 손상이 아닌 성 비위”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입수사진·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 “정진술 제명 사유 ‘성 비위’ 아니다”

민주당이나 서울시의회가 정진술 시의원에게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결정한 것을 보면, A씨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A씨도 여러 가지 ‘증거’를 꼼꼼히 제출했다. 그런데 왜 징계 사유가 성 비위가 아닌 품위 손상으로 됐을까? 심지어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윤리특위에 “제명 사유가 성 비위가 아니다”는 답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직접 나서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은 A씨가 7월23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진술서의 내용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고 세상에 비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정진술 시의원은 끝내 성 비위는 인정하지 않고 품위 손상으로 징계를 앞둔 지금, 최종 결과(8월28일 본회의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가운데 제가 진실을 밝히고자 결정을 한 것입니다. 민주당 서울시당과 정진술 시의원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성 비위가 제명 사유가 아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수위가 높은 파렴치한 성 비위가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윤리특위는 "민주당의 비협조로 성 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시의회 윤리특위 관계자의 말이다.

“품위 유지 위반은 경고나 주의 정도지 제명을 당할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민주당 서울시당과 정진술 시의원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협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정 시의원은 구체적인 사유는 싹 가리고 품위 유지 위반이라는 결과만 제출했다.”

민주당은 정진술 시의원 징계 과정에서 A씨에게 직접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전화 한 통화만 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서울시당 윤리심판원 관계자는 “A씨가 민주당 당원이 아니고, 중앙당 윤리감찰단에서 우리(서울시당 윤리심판원)에게 이관한 사건이라서 A씨를 따로 부를 수 없었다”면서 “서울시의회의 협조 요청이 왔을 때는 정진술 시의원이 이의 신청을 해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협조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의회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의회 ⓒ시사저널 최준필

합의서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자료 파기”

A씨는 민주당에 제출된 ‘정진술 시의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본인이 아닌 정 시의원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민주당의 조사가 시작되자 정 시의원이 5000만원을 대가로 탄원서 제출, 증거 파기 등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진실이다. (그래서) 민주당에 양심고백을 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 말을 듣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정진술 시의원과 A씨 간에 작성된 합의서를 보면 “갑(정진술)과 을(A씨)은 지난 2년간의 부적절한 관계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합니다”라는 문구 아래 다음과 같은 조항이 담겨 있다.

1. 갑은 을이 입은 피해보상을 위해 2023년 7월31일까지 을에게 일금 오천만원(50,000,000원)을 지급한다.

2. 갑과 을은 둘 사이에 있었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내용과 자료를 타인에게 유포하지 아니하며, 위 1에 정한 합의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둘 사이 나눈 SNS 캡처와 통화녹음 등 일체의 자료를 삭제·파기한다.

3. 을은 갑에 대해 윤리감찰단과 윤리심판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비롯해 갑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한다.

4. 을은 갑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언론에 보도되거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며....(이하 생략)

정진술 시의원은 품위 손상이 제명 사유임을 내세우며 지금도 성 비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 시의원은 “(성 비위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 아닌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 시의원의 지장(指章)까지 찍혀 있는 “2년간의 부적절한 관계”와 관련한 합의서는 뭘까. 이에 대해 정 시의원은 “A씨가 돈을 주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작성한 것”이라면서도 “A씨가 피해를 본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다고 (내가 A씨에게)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정 시의원은 A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A씨는 “앞으로 일어날 보복이 두렵다. 하지만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정진술 시의원은 과연 서울시의회에서 최종 제명될까. 현재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112명 중 3분의 2를 넘는 76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정 시의원 제명을 의결할 정족수를 갖췄다. 이와 관련해 A씨의 진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정진술 시의원은 본인의 사회적인 명예와 이뤄 온 정치경력, 미래 마포구청장의 꿈, 생계 수단으로써의 직업, 가정의 안위만을 위해서 어떻게든 자극적인 진실은 덮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여자의 인생을 처참하게 박살을 냈다는 걸 스스로가 알면서도 말입니다. 절대 덮어서는 안 될 중대한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동료 의원들이며 서울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사가 나간 후 정진술 시의원은 시사저널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혀왔다.

“낙태 종용과 폭행·폭언은 없었다. 오히려 A씨가 나를 폭행해 경찰로부터 데이트폭력 경고장까지 받았다. A씨를 폭행, 협박, 공갈,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저의 행동이 부적절한 것에 깊이 반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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