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벌어진 ‘김현숙 추격전’…“눈 떠보니 후진국”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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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 ‘與 불참 통보’에 회의장 들어오지 않고 자취 감춰
野 “국민 능욕” 맹폭…용혜인 “그러라고 1000만원씩 월급 주는 것 아냐”
전국적으로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이 6년 만에 실시된 8월23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훈련 공습경보가 발령되자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이 6년 만에 실시된 8월23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훈련 공습경보가 발령되자 지하 방공호로 대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에서 때아닌 장관 추격전이 벌어졌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와 관련한 현안 질의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야당 의원들이 김 장관 소재 파악에 나서면서다. 

잼버리 종료 이후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등 공개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김 장관은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보름 만에 파행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여당 의원들의 불참을 이유로 출석을 끝내 거부했고,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여야 간 증인 출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불참했다. 

여가부는 기자단 등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아 여당 출석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이라며 김 장관이 국회에 나오긴 했지만, 여야 상황을 지켜보며 회의장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장 내에서 김 장관을 기다리던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이 나오지 않자 국무위원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대기실로 향한 시각 김 장관은 그 곳에 없었고, 만남은 불발됐다. 

결국 이날 회의는 당초 개의 예정 시간이었던 오전 9시보다 40여분 늦어진 9시40분께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으로 개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위원장 등이 8월25일 오전 국회에서 여가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기 위해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권 위원장 등은 김 장관이 국회에 왔지만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대기실 등을 찾아다녔다. ⓒ 연합뉴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권인숙 위원장 등이 8월25일 오전 국회에서 여가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찾기 위해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권 위원장 등은 김 장관이 국회에 왔지만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대기실 등을 찾아다녔다. ⓒ 연합뉴스

"김현숙 해임 건의·고발" 성토

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가 여야 간사 합의에 의한 것임을 지적하며 여당과 김 장관의 일방적 불참 통보를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증인·참고인 문제로 장관이 참석하지 않는 건 국민을 능욕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잼버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여가부 장관이 여당의 참고인 핑계에 숨어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 신현영 의원도 "책임 있게 잼버리 사태를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국회의 의무"라며 "몇 주 전부터 합의됐고, 공지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차원의 김 장관 해임 건의와 고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잼버리 관련해 증인 채택이 안 됐다고 해도, 묻지마 범죄나 신림동 사건 등 여성 혐오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주무 부처 장관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히 규탄해야 된다"고 비판하며 여가위 차원의 고발 혹은 해임건의를 촉구했다.

1시간 가까운 의사진행 발언 후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 출석을 공식 요구하기 위해 위원회 차원의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장관이 나오지 않아도 되느냐. 위원회가 안건을 정해서 출석을 요구하면 국회법에 따라 장관은 출석해야 한다"며 "여가부 장관이 지금 국회에서 추격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 의원은 SNS에도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여가부 장관은 국회에 있다는데 출석하지 않고 있다. 어디에서 뭘 하는지 국무위원 대기실에도 보이지 않고 숨어버렸다고 한다"며 "여가부 대변인은 이목을 피하려 화장실로 숨어버렸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들이 다 보고 계신데 윤석열 정부는 부끄럽지도 않나"며 "낯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러라고 국민 세금으로 매달 1000만원씩 장관 월급 주는 것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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