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멍 사망’ 계모에 징역 17년 선고…“살해 고의성 증명 안돼”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8.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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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아동학대치사로 죄명 변경…친부는 징역 3년
계모, 수감 도중 출산한 아이 안고 법정 출석…친모 ‘절규’
12살 의붓아들을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왼쪽)가 징역 17년, 친부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2살 의붓아들을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왼쪽)가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친부(오른쪽)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2살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가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살인 고의성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아동학대살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25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죄명을 아동학대치사죄로 변경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이자 숨진 아이의 친부인 B(40)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A씨와 B씨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판부는 "판례나 관련 증거를 비춰볼 때 피고인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 피고인이 아동학대치사죄 등은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치사죄는 유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남편의 전처를 닮았다거나 자신이 유산한 원인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학대를 시작했다"며 "보호와 양육의 대상인 피해자를 자신의 분노 표출 대상으로 삼아 사망하게 한 행위는 그 자체로 반사회성과 반인륜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일기장을 보면 피고인의 용서나 애정을 구하는 표현이 있다"며 "그런데도 계속된 냉대와 지속적인 학대로 피해자가 느꼈을 좌절과 슬픔은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구속 당시 임신 상태였던 A씨는 수감 도중 출산한 아이를 가슴에 안고 법정에 출석해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날 재판은 일부 방청객들이 고성을 지르면서 선고 내용에 반발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숨진 피해자의 친모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고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실관계가 유사한 '정인이 사건'을 참고했다"며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B씨는 당시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A씨는 지난해 3월9일부터 지난 2월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C군이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주 무릎을 꿇린 채 장시간 벌을 세웠고,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알루미늄 봉 등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C군은 숨지기 이틀 전 옷으로 눈이 가려진 채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였고, 그 사이 A씨는 방 밖에서 폐쇄회로(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피해 아동이 숨진 날 출근했다가 A씨의 전화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드러나 학대치사가 아닌 상습학대 혐의를 적용받았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10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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