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노 재팬’…일본산 수산물 ‘2%’가 판 뒤흔들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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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유통‧식품업계, 일본산 수산물 대체재 찾기 삼매경
中은 ‘전면 수입 금지’ 조치…업계 전반 타격 우려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 연합뉴스

일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5일째,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 문제가 소비자들의 ‘수산물 포비아’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수산업계와 유통 및 식품업계에선 선제적으로 일본산 수산물의 대체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 대신 국내산이나 유럽산 수산물을 취급하는 곳이 대폭 늘었다. 특히 유통업계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대비해 선물세트 소비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국내산 굴비나 노르웨이산 연어, 스페인 원양산 참치 등 상품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는 수산물 가공에 앞서 방사능 검사를 확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수산시장 등에선 “일본산 취급 안 한다”는 취지의 팻말을 건 곳이 늘었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5년째 H수산을 운영 중인 강아무개씨는 “원래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산 취급을 꺼려왔다”면서 “방어나 어패류가 아니면 일본산은 거의 없는데 (소비자들이) 안 드시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무역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산 수입 수산물 비중은 전체 수입 수산물 중 2%에 불과하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대폭 줄었다. 한국 정부가 사고 직후 후쿠시마 등 주변 8개 현에서 나는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 조치 한 영향이다. 사고 이후 3년 만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2010년의 3분의 1 수준인 3만여 톤으로 급감했고, 10년 동안 기존 수입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당장 소비자들이 일본산 수산물을 기피해도 수산업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시장에서 수산물시장 관계자가 판매 중인 일본산 가리비에 대해 직접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8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시장에서 수산물시장 관계자가 판매 중인 일본산 가리비에 대해 직접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염수 방류 후폭풍…“영향 없다” vs “시장 불안정”

다만 일부 수산물의 경우 일본산의 비중이 100%에 달하는 터라, 해당 식품 공급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유통되는 수입산 방어와 병어는 일본산이 100%다. 이밖에 일본산 멍게도 98%에 달하며, 가리비와 돔도 일본산의 비중이 각각 70%와 60%를 넘는다.

또 일본 대신 타국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면, 수산물 공급 시장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해외 일부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일본 수산물의 제 1위 수출 시장인 중국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홍콩도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을 기존 5곳에서 10곳으로 늘렸다. 이들 국가는 일본산 수산물을 자국산이나 대서양산으로 대체한다는 입장이다.

중국 내에선 이 같은 ‘노 재팬’ 결정을 둘러싼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 차원의 일본산 수산물 금지 조치가 대중의 수산물 ‘포비아’ 현상을 부추겨 업계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지 컨설팅회사인 BRIC농업정보기술은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가 대중의 수산물 소비 의향에 영향을 끼치고, 중국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한국 정부는 당국 차원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번 오염수 방류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확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일본이 방류한 오염수가 4~5년 뒤에야 한국 해역에 도달하며, 이후에도 방사능 오염도는 수십억 분의 1 수준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정부는 엄격한 수입 수산물 관리와 신속한 방사능 검사를 통해 후속 대응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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