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윤석열, 다 기대 저버려…인물의 문제 아냐”
  • 이원석 기자, 이동혁·정윤성 인턴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4 07:35
  • 호수 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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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로운 선택’ 신당 창당 나선 금태섭 전 의원
“양당 진영 인사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갈등을 정치적 에너지로 삼는 이들만 빼고”

‘새로운 선택’(이하 새선택)이란 이름의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금태섭 전 의원은 “지금의 강고한 양당 체제 구조에서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고, 시민들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창당 도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새선택을 향해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는 것에 대해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인물로 성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기대를 받는 인물이었지만, 결국 그 기대를 저버렸지 않나. 인물의 문제는 아니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은 8월29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금 전 의원 사무실에서 그와 1시간가량 신당 도전과 제3당의 길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사저널 이종현

“당 결정권의 50%는 젊은이들이 가질 것”

신당 창당을 결심한 계기부터 직접 듣고 싶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윤석열 캠프에도 몸담고 활동하면서 느낀 건, 지금의 강고한 양당 체제라는 구조에서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정말로 우리가 부딪히는 중요한 문제, 또 시민들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생각을 함께 가진 분이 많아지면서 새 정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명을 ‘새로운 선택’으로 정한 이유는.

“현재는 지지하는 정당이 마음에 안 들면서도 더 싫은 당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찍는 그런 구조다. 그런 분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는 것이 신당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는 생각을 했다.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 내 힘든 분들을 위해 분배가 더 잘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현재는 이런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드린다는 의미로 당명을 정했다.”

중도를 지향하는 당이라고 보면 될까.

“중도라는 말은 진보와 보수라는 스펙트럼의 가운데에 있다는 의미인데, 진보·보수의 틀로 세계를 읽는 것이 이제는 낡은 시각이라고 본다. 그때그때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해결책을 합리적으로 내는 데는 진보나 보수나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양당은 이익집단화돼 있고 지지층을 바라보면서 선거에서 이기는 어떤 당리당략적인 결정을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우리 공동체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어떤 대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중도라고 불리고 싶진 않다.”

앞서 반짝했다 사라진 여러 신당과 ‘새선택’의 차이가 뭐냐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의당의 경우를 보면 당시 3분의 2 정도는 사실상 민주당이었다. ‘기존 정당의 공천이 잘못됐다’며 생겨난 것이었기에 본질적으론 (이명박 정부 시절) 친박연대와 다를 게 없었다. 이렇듯 내부적으로 공천 같은 것을 놓고 분열이 생겨서 (신당이) 튀어나오는 경우는 지금까지 있었다. 우리는 그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혀 새로운 걸 하자는 것이다. 그게 다르다.”

무게를 두고 준비하는 신당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은 뭘까.

“젊은 분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 단순히 나이가 젊은 분들을 뽑아 비례대표, 최고위원 한 자리, 이런 식으로 쓴다는 게 아니라 당 결정권의 50% 정도는 젊은 분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고 또 경쟁하고 선출하는 과정 자체를 젊은 세대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 또 젊은 층이 직접 느끼는 문제는 젊은 층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양당에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 하는 사람 많아”

지금 청년들은 정치에 혐오를 넘어 아예 무관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로 하여금 어떻게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짧은 기간엔 어렵다. 정당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 영국의 존 메이어 전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등은 모두 40대에 국가 지도자가 됐다.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 아니라 20대부터 꾸준히 정치를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젊은이들은 그럴 방법이 없다. 일단 정당에 들어와 함께 일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젊은 층들이 실제로 뭔가 노력해서 이룰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심어줘야 한다고 본다.”

신당의 주요 성공 조건 중 하나인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점이 계속 한계로 거론된다.

“정치가 한 명의 리더나 지도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절은 지났다. 오히려 지금 양당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한 사람의 지도자한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인물로 성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기대를 받는 인물이었지만, 결국 그 기대를 저버렸지 않나. 인물의 문제는 아니란 의미다.”

신당과 함께할 수 있는 인물의 조건이나 기준이 있을까.

“인재 영입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과거에나 임금님이 조선 팔도를 다니면서 사람을 뽑았던 거고, 새로운 선택이라는 이름대로 정말 같이 와서 일을 하는 거다. 정말 다양한 지역의, 또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오시는 게 좋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갈등을 정치적인 에너지로 삼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갈라치기, 편가르기, 갈등을 조장하며 정치를 하는 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그런 분들만 아니면 누구하고든 같이하려고 한다.”

양당 진영에 있는 이들과도 함께할 수 있나.

“그렇다. 국민이힘이나 민주당 의원들과 얘기를 해봐도 이 정치 자체를 본질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다 알고 느끼고 있다. 그런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고, 언젠가 힘을 합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먼저 틀을 만들어야 하는 거고,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거다.”

내년 총선 목표를 30석으로 잡은 이유는?

“제3지대에 직접 참여하거나 지켜봤을 때, 항상 ‘이번에 집권하겠다’면서 단번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아무리 기존 정치가 마음에 안 들어도, 한 번에 거기까지 가기가 어렵다. 우리는 총선에서 10% 정도의 의석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만약 30석에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할 수는 없다. 제1야당도 불체포특권을 놓고 쓸데없는 논쟁을 유발하는 대표를 계속 갖고 가지 못할 거다. 그러면서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우리가 집권 세력으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수도권 중심 30석’이라고 지역을 언급한 이유가 있나.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의석을 얻으면 치우치고 성장이 어렵다. 아울러 수도권에서 제가 국회의원이 됐던 2016년은 물론 2020년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오랫동안 수도권을 한 당이 차지하고 있는 거다. 정치도 변화가 없으면 계속 정체하게 돼있다. 이번에 수도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양향자 한국의 희망 공동대표(왼쪽)와 금태섭 전 의원이 8월28일 한국의 희망 창당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다른 신당과 힘 합칠 계기 있을 것”

앞서 많은 실패 사례도 있었는데, 성공을 기대하는 근거가 있나.

“최근 10년간 우리 유권자들은 대단히 압축적인 정치 경험을 했지 않나. 탄핵을 겪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너무나 크게 실망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했던 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더니 지금도 너무나 많이 실망스러운 거다. 이제는 강성 지지층들은 몰라도 사람들 대부분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 30%의 무당층뿐만 아니라 양당을 지지한다고 답하는 사람들도 과거와 같은 구심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 유권자들도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선거 전략을 잘 짜면 의석의 10%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총선에서 목표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당은 계속되나.

“당연하다. 유권자들은 큰 불신을 갖고 있다. 이러다 또 국민의힘 가는 것 아니냐, 민주당 가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죽든 살든 이걸 한다는 거다. 실패하더라도 이 길에 남는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정치가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홍범도 장군 흉상만 갖고 싸우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정말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 크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과 같은 신당과도 연대하나.

“한국의 희망이 출범해 직접 축사도 했는데 존중하고 응원하고 싶다. 서로 존중하고 선택하고 결단하다 보면 총선 전에 반드시 힘을 합칠 계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

스스로는 내년 총선에 출마를 계획하고 있나.

“지역구로 출마할 생각이다. 어디로 출마할지 마음속으로 생각한 후보지는 몇 군데 있지만, 어쨌거나 제가 창당을 주창한 입장이기에 남들이 먼저 정하고, 남들이 가장 가지 않는 곳에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사람들이 뜻을 모아 ‘금태섭은 여기 가는 게 좋겠다’고 하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조국 사태 때 민주당에 속했지만 청문회에서 조국 전 장관을 비판했다. 최근엔 책 표절 시비까지 일며 악연이 계속되는 모습인데. 

“조 전 장관은 제 지도교수이기도 했고, 굉장히 가까웠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평소 존경하던 조국이라는 사람과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실망한 상황이었고, 그 생각을 대변해 주는 민주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청문회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적인 자리나 위치에 나간 사람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이 했던 걸 보면 그런 인식이 너무 없었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는 결단하실 때다. 유권자가 결단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유권자가 선택할 때다.” 

 

■금태섭은 누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4기를 거쳐 1995년부터 검사로 약 10년간 일했다. 검사복을 벗은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서 활동하다 18대 대선을 3개월 앞둔 2012년 9월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측 요청으로 캠프 상황실장으로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에 합류했고, 2016년 총선에서 서울 강서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의원 시절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당론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조국 사태 때도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0년 10월 민주당에서 탈당했고,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 전략실장으로 참여했다가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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