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vs국방부’…홍범도 장군 과거 영상 삭제나선 尹정부
  • 이승주 인턴기자 (lseungj99@gmail.com)
  • 승인 2023.09.0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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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공식 유튜브 채널서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 비공개 처리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 아니다” 평가, 현재와 배치…누리꾼 ‘비판’
《국방TV》 유튜브 채널의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 속 장면 ⓒ 유튜브 캡처
《국방TV》 유튜브 채널의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 속 장면 ⓒ 유튜브 캡처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이 공식 유튜브 및 페이스북 채널에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과거의 국방부’를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가 운영하는 유튜브와 주요 SNS에 노출됐던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이 일제히 비공개 처리됐다. 

자취를 감춘 콘텐츠는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궤적과 그 의미를 조명하고, ‘공산주의자’라는 일각의 평가가 당시 한국이 처한 상황과 세계사 흐름 등 종합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는 점 등을 다룬 영상이다. 

2018년 8월 유튜브 채널 《국방TV》에 업로드 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에서 진행자들은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을 한다. 이유는 고려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으나 별로 효과는 없었던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고 오해한다”며 “1921년 이후로 홍범도 장군은 조국으로 못 돌아왔는데, 광복 이후에 소련과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오해가 생겼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분(홍범도 장군)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지주가 될 장군님이 아니겠는가”라고 평가했다. 

불과 5년 전 국방홍보원이 홍범도 장군 관련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공식 운영하는 채널에 올리며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을 바로 잡으려 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국방부가 지난 28일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진 후 그의 ‘공산주의 가입 전력’ 등 활동 전반에 의혹이 있다며 육사 내 설치가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과거의 국방부’와 정면 충돌하는 ‘현재의 국방부’ 메시지가 연일 나오면서 온라인에서는 ‘국방부가 곧 삭제할 홍범도 장군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영상 캡처본과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은 또 다른 국방부 유튜브 채널인 《국방NEWS》에서도 확인됐다. 해당 채널에는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장군이 사용한 무기, 홍범도 장군 78년 만에 귀환’이 공개돼 있었는데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공개 처리됐다. 

영상은 “2021년 광복절이 유독 뜻깊은 이유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했기 때문”이라는 평가와 함께 홍범도 장군의 생애 전반을 자세히 소개했다.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장군이 사용한 무기, 홍범도 장군 78년 만에 귀환' 영상 속 장면 ⓒ 《국방NEWS》 영상 캡처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장군이 사용한 무기, 홍범도 장군 78년 만에 귀환' 영상 속 장면 ⓒ 《국방NEWS》 영상 캡처

유튜브 영상이 비공개된 후에도 페이스북에서 일부 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이 역시 순차적으로 삭제 처리되는 중이다. 

유튜브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 등에서 누리꾼들은 “국방부는 자아가 두 개네” “하나의 몸에서 다른 말을 한다”는 비판적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또 “홍범도 장군 영상을 왜 비공개 처리하느냐”며 국방부에 항의를 표하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또 홍범도 장군에 대한 나머지 영상도 삭제 가능성이 크다며 유해안장식 관련 영상과 봉오동 전투·청산리 대첩 전승 100주년 기념식 라이브 영상 등을 포함해 ‘정부에 의해 곧 삭제될 수도 있는 영상’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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