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힘든 건 처음”…담임에 기피 업무까지 맡았던 군산 초등교사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9.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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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돌봄, 현장 체험학습 등 여러 업무 맡아
동료 교사들 “6학년 담임인데도 업무 배려 없어”
일 전북 군산시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이 학교에 재직 중이던 A 교사는 전날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해경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 전북교사노조 제공.
2일 전북 군산시 한 초등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이 학교에 재직 중이던 A교사는 전날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해경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 전북교사노조 제공.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에서 투신해 숨진채 발견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원인이 과도한 업무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동료 교사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6학년 담임을 맡았던 A교사는 담임 업무 외에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 상당히 많은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교사는 경력 10년의 베테랑 교사였지만, 진로·진학 등 업무가 가중되는 6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나머지 추가 업무를 담당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지역의 한 교사는 "보통 6학년 담임을 맡으면 업무에서 배려받는다"며 "고인은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 체험학습 등을 함께 맡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는 "방과 후나 돌봄은 각종 강사 섭외 및 민원 처리 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업무다"면서 "올해 들어 에듀테크와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등으로 업무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기피 업무 중 하나로 여겼다"고 말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생활 업무 역시 학교폭력을 비롯해 인성·인권 및 안전교육 등 학생 생활 지도 전반에 관한 일이라 기피 업무 중 하나"라며 "유족들은 현재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수사 결과 발표 후 입장을 밝히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A교사와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 6월 한 동료 교사에게 '나도 이제 나름 10년 했는데 이렇게 학교생활 힘들게 하긴 처음이다', '학교 일로 스트레스 받아본 건 처음이다. 진짜 내 인생에서 학교 일은 열에 하나, 둘이었는데 지금은 여섯, 일곱이 돼버렸다' 등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A교사가 근무한 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교장을 제외한 정교사 3명과 강사 2명으로 교원이 구성돼 있다. 교장과 강사를 제외하고 실제로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는 3명에 불과해, 일반적인 학교에 비해 업무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교사가 근무했던 학교의 B교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A교사의 업무량에 관해 묻자 "(위에) 언급한 업무를 A교사가 담당한 것은 맞다"면서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입장을 밝힐 때는 아닌다"고 답했다.

B교장은 또 A교사의 업무가 다른 교사들보다 많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사인으로 제기됐던 승진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상 A교사의 죽음과 크게 연관이 없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 전반의 의견이다.

앞서 전북교사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전북교사노조가 유족과 동료 교사들을 통해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고인에게 '승진 문제로 인한 직장 내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고인은 교직경력이 10년6개월여밖에 되지 않아 현재 승진점수를 두고 경쟁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 등 교원단체는 A교사의 사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업무 과다로 인한 사인이 확인될 경우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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