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선후보 윤석열’과 싸우는 尹대통령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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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경 발언’ 연속…대선 후보 시절 소환돼 나란히 비교
대선 후보 시절 본지와 단독 인터뷰…지금과 다른 메시지
“날 욕한 野와 소통할 것” “대통령은 사과 먼저” “적극 재정”
2021년 9월1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캠프 회의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2021년 9월1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종로구 캠프 회의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강성 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지금과는 사뭇 다른 대선 후보 시절 발언과 행보가 하나둘 재소환되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 속, 2년 전 독립운동가 우당 기념관에서 정치 첫발을 내딛었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소환했다. 정치권에선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중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대령의 모습에서 그 무렵 ‘항명’으로 스타덤에 오른 윤 대통령을 떠올리고 있다.

2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윤석열 대선후보’와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사저널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년 전인 2021년 9월 첫 주, 서울 광화문 선거캠프에서 1시간30분가량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의 약속과 지금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사이엔 상당부분 차이가 발견된다. 시사저널은 2년 전 윤석열 후보의 인터뷰 주요 답변을 다시 공개하고, 이와 관련한 최근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비교했다.

 

“낮에 날 욕한 야당, 저녁에 불러 식사 대접할 것”

2년 전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 거대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에 “야당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윤 후보는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다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진영에 관계없이 국가가 처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낮에 국회의사당에서 제 욕을 듬뿍 한 야당 정치인들을 조속히 청와대로 모셔 식사 대접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들도록 야당 지도부와 공식적인 만남을 갖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 자리에선 야당과 사실상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협치, 협치 하는데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 엉뚱한 생각을 하고 뒤로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야당을 겨냥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도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죄송하다고 사과 먼저 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그 무렵 잇따르던 흉악범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시스템이 잘못됐다며 대통령의 마땅한 ‘대응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 방위 시스템이 크게 무너졌다. 정부가 시스템을 잘못 운영했다”며 “대통령은 ‘범죄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후 국가적 재난이나 범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야권으로부터 ‘사과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례로 지난여름 집중 호우로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당시 윤 대통령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사과하는 대신 “이권 카르텔의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 복구에 사용해야 한다”고 밝혀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최근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서도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무난히 마무리됐다”고 자평했다.

 

“친여매체 의존하면 집권 연장 불가능”

“남이 잘못한 건 친여(親與) 매체를 동원해 맹공격하고, 자신들이 잘못한 건 드러나지 않게 하겠다는 속셈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집권 연장, 장기집권은 오히려 더욱 불가능해질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인터뷰 당시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묻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어느 한 곳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것이다. 윤 후보는 “언론을 속박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친여 매체’를 비판했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과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를 가짜뉴스 매체로 규정, 대통령 전용기 탑승명단에서 배제한 일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언론이 그저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명박 정부 당시 ‘방송 장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방송계 물갈이 가능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전 정부 인사 임기 보장돼야…정치보복 없을 것”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이전 정부가 임명한 이들의 임기를 끝까지 보장할 건가’라는 질문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윤 후보는 “우리나라는 임기가 정해져 있다”며 “그 사이 특별한 비리가 없으면 임기가 존중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직자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경질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정 기능은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집권 후 ‘정치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상적인 사법작용을 방해하지 않고, 관여도 하지 않고, 보복성 인사도 하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 출범 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향한 표적 감사‧표적 수사 의혹이 잇따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전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수사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위기엔 적극 재정 필요…지역균형발전 중요하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 역할을 못 하면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2년 전 윤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들과 관련해 “일단 살려야 한다”며 ‘적극 재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재정을 퍼주진 말아야 한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제때 줘야 한다”며 투명하고 스마트한 집행을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역대급 ‘긴축 재정’을 예고했다. 그간 방만했던 국가 경영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건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우려가 이어졌다.

윤 후보는 당시 인터뷰에서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젠 지방자치가 기반이 된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지방이 돈을 스스로 쓸 수 있게 지방 재정자립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비도덕적으로 사용할 것이란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전북을 비롯한 호남 경제의 ‘희망’이었던 새만금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호남 민심의 강력한 반발을 낳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항, 항만, 철도 등 새만금 트라이포트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공약 뒤집기’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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