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참모와 좋은 리더의 원칙은 무엇일까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0 13:05
  • 호수 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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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관통하는 ‘참모학’ 정수 담아낸 《막료학》

국내 정치에서 좋은 참모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참모의 진수를 담은 《막료학》이 출간돼 주목된다. 1000쪽이 넘는 이 책의 부제는 ‘참모 대 리더, 장막에서 펼치는 다이나믹 정치학’이다. 제목을 보고는 일본의 막부 정치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냥 편하게 참모학이라고 불러도 큰 차이가 없다. 저자들은 이 구성 요소를 리더인 막주(幕主), 참모인 막료(幕僚)와 그들의 활동 공간인 막부(幕府)로 잡는다. 그중 저자들은 막료에 주목한다.

“막료는 역사적 실체이자 역사를 주도해 나간 실질적인 주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막주 뒤에는 예외 없이 뛰어난 막료가 있었다. 유방에게 장량과 소하의 존재는 ‘막료’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6편으로 구성된 책은 먼저 막료학을 이해하기 위한 사상적 기초로 시작한다. 저자는 배경으로 공자, 맹자 등 유가는 물론이고 도가, 묵가, 귀곡자, 명가 등 중국 사상의 전통을 두루 소개한다. 이 책만 읽어도 중국 전통 사상을 더듬을 수 있다.

막료학|쥐런, 김영수 지음|들녘 펴냄|1020쪽|4만9000원
막료학|쥐런, 김영수 지음|들녘 펴냄|1020쪽|4만9000원

2편인 막부와 막료가 이 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인재 통제의 7원칙으로 막주가 막료를 다루는 법을 소개하고, 역으로 막료의 6원칙도 담았다. 계륵의 고사로 알려진 조조와 양수의 사례처럼 똑똑한 막료가 마냥 좋은 열매를 맺지 않기도 하며, 사마의처럼 결국 막주가 된 막료의 사례도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막주의 7원칙은 ‘큰 그림을 파악하고 자질구레한 것을 버려라’ ‘사람을 알아 잘 임용하고, 재능을 헤아려 기용하라’ ‘후하게 상을 베풀고, 예의를 다해 인재를 대우하라’ 등 기본적인 인재 용인술을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맞춰 소개한다. 여진족으로 중원을 점령해 한족을 잘 이끈 강희제나 건륭제 사례와 인재를 잡아두지 못해 도전을 받은 중국 은행의 효시 일승창의 이야기 등이 인상적이다.

막료 6원칙에는 두 번째로 ‘좋은 리더를 골라 모시되 맞지 않으면 떠나라’가 있다. 당대 한국 정치를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3편 막료술은 참모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말해 준다. 첫 번째는 ‘불을 보듯 뻔한 관측·분석술’이다. 이 외에도 리더를 설득할 수 있는 유세술, 싸움의 기술 등을 소개한다. 세상의 맥락을 읽는 것은 정치는 물론이고 생활의 기본이다. 미래 선거나 부동산을 전망할 때, 인구구조의 변화는 가장 기본적인 배경임에도 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으로 맥락을 읽지 못하는 예다. 4편에서는 환공을 모신 관중과 포숙아 등 성공한 막주와 막부 관계를 다루고, 6편은 중국의 독특한 참모 집단의 변종인 사예에 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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