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념 전쟁’에 맞불? 민주 ‘탄핵’ 카드 만지작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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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시 됐던 ‘탄핵’, 최근 野의원 언급 횟수 증가
이재명도 尹정부 겨냥 “국민 뜻 반하면 끌어내려야”

“국민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통령 탄핵은 다수 야당이 결단하면 가능한 일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 (설훈 민주당 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이념 전쟁’ 선포와 동시에 민주당 의원들의 대정부 비판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위원들까지 야당과 ‘강대강’으로 충돌하기 시작하자, 야권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장은 신중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다만 단식을 선언한 이재명 대표가 직접 대통령을 ‘끌어내릴’ 상황을 언급했다. 총선을 7개월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전방위적인 대정부투쟁을 주도할 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싸울 수밖에”…李 “끌어내려야”

윤석열 정부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여의도는 사실상 ‘협치 시계제로’ 상태다. ▲잼버리 파행 논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 등을 두고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야당과의 대치가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은 뒤, 여야 대치 전선이 대통령실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협치, 협치 하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고,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자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협치의 상대가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협치를 가장 바라는 사람은 대통령일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야권 내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수위 높은 주장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다수 야당이다. 지금은 그에 맞는 투쟁방식을 취해야 한다.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나쁜 짓은 막아서고 혼을 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은 그 정점에 있는 방식이고, 다수 야당이 결단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적었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도 ‘탄핵론’에 기름을 부었다. 설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질문을 하던 도중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설 의원은 “총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사를 하면 당연히 결론은 직권남용으로 나올 것이라고 본다. 만천하 국민들은 다 그렇게 알고 있다. 증거가 넘치고 넘친다”며 “탄핵까지 갈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고한다.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정부를 상대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재명 대표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을 겨냥해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지를 우리 국민들이 감시하고 잘못할 경우에는 지적하고 정말로 국민의 뜻에,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결국 민주 국민,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된다”며 “방치하면 국민과 국가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가리켜 “자기와 반대되는 입장이나 사람들이 반국가 세력이라고 한 얘기는 ‘내가 국가다’ 이런 생각”이라며 “‘짐이 곧 국가다, 내가 왕이다’ 저는 그런 생각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기없는 민주당, 탄핵 주도 가능할까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진영을 막론한 대국민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은 ‘진영 간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국민이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무당층으로 돌아서고 있다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의 ‘촛불광장’을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서 재현하기엔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발표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공동 여론조사 결과(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1%, 부정 평가는 58.0%로 각각 집계됐다. 한 달 전인 지난달 5~6일 실시한 직전 조사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3.9%포인트(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5.7%p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4.0%, 민주당 28.1%, 정의당 4.4% 순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8.4%에 달했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3.4%p, 민주당은 0.1%p, 정의당은 0.7%p 나란히 하락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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