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얏트호텔 난동’ 수노아파 첫 재판 “조폭 아닌 친한 선후배일 뿐”
  • 이동혁 인턴기자 (dhl4001@gmail.com)
  • 승인 2023.09.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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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윤씨, 혐의 부인...“난동 부리라고 시킨 적 없다”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폭력조직 ‘수노아파’에 대한 첫 공판이 9월6일 열렸다.

주범으로 지목된 윤아무개 씨는 “위협을 가한 사실 관계 일부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서도 “단체로 호텔에서 난동을 부리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고는 “조직폭력단체가 아닌 친한 동향 선후배 관계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2020년 10월 수노아파 조직원 중 일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난동을 부릴 당시 모습 ⓒ서울중앙지검 제공
2020년 10월 수노아파 조직원 중 일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난동을 부릴 당시 모습 ⓒ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지난 6월30일 수노아파 일괄 기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최경서)는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단체 등의 구성·활동)로 기소된 37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10월경 3박4일 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숙박하며 종업원들을 협박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호텔 식당에서 욕설을 하며 밴드의 공연을 강제로 중단시키거나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사우나는 물론 호텔 안을 단체로 활보했다.

피고는 정식 재판에 의무적으로 나와야하기 때문에 37명 전원이 법정에 출석했다. 구속된 일부 피고들은 황토색과 청색 수의를 입은 모습이었다. 옷 사이로 문신과 흉터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범으로 지목된 윤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위협을 가한 사실은 일부 인정하지만, 난동을 피우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흉기를 사용해 협박 하지는 않았다”며 “검찰이 제기한 특수협박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이와 관련해 윤씨에게 직접 질문을 하자 윤씨는 “변호인 말에 동의한다”고 짧게 답했다.

수노아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피고도 있었다. 백아무개 씨 측 변호인은 “백씨는 조직원도 아니고, 조직 활동을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아무개 씨 측은 “단지 친한 동향 선후배 관계일 뿐, 누가 수괴이고 누가 중간 간부인지 모른다”며 “원로 조직원으로 불리는 최아무개 씨 또한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수노아파는 1980년대 전남 목포를 중심으로 결성된 폭력조직이다.  실제로 이날 재판에 출석한 대다수 피고인들의 주소지는 목포와 광주, 무안, 순천 등이었다. ‘칼침으로 수를 놓는다’는 의미의 수노아파는 조직원으로 120여명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난동이 일어난 지 3년여가 지난 올해에야 수사가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2022년 2월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를 본격화했다. 수노아파가 운영하는 유흥주점·합숙소 두 곳을 압수수색 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조직원의 규모도 파악했다. 그 결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6월30일 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노아파 조직원 9명을 구속 기소하고 3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를 이끈 ‘강력통’ 신준호 강력부장은 "이번 수사로 수노아파가 사실상 와해됐다"고 발표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23일로 잡혔다. 이날 검찰은 피해자와 목격자를 포함해 호텔 프론트 직원 3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검찰 측은 피해자 안전 문제를 고려해 피고인 퇴정과 증인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하얏트호텔 소유주' 배상윤 KH 회장, 해외 도피 중

이 사건이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소유주가 배상윤 KH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배상윤 회장은 2019년 ‘인마크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인마크 PEF)’를 통해 그랜드하얏트호텔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때 수노아파의 돈도 인마크 PEF에 흘러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60억원을 잃은 윤씨가 조직원을 시켜 난동을 부린 것이다. 실제로 당시 수노아파 조직원은 “배상윤 회장 나와”, “배상윤 회장이 60억원을 떼먹었다”고 소리 지르기도 했다.

배상윤 회장을 설명할 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대북 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데,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이 ‘경제 공동체’로 알려지면서 검찰은 배 회장 역시 주목했다. 실제로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함께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한 배 회장과 김 전 회장 모두 전라도 지역 조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배상윤 회장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방해·배임, KH그룹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배 회장은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주했는데,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무효화 조치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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