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에 케타민까지…‘집단 마약 사건’으로 번진 경찰 추락사
  • 김현지 기자, 이동혁 인턴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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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사·헬스트레이너·대학생 등 16명의 남성은 그날 밤 왜 모였고, 무엇을 했나

현직 경찰관이 추락사한 사건이 마약 문제로 번졌다. 경찰관이 의사, 헬스트레이너,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0여 명과 서울 도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집단 마약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모임 참석자 가운데 일부는 마약 간이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망한 경찰관이 마약을 직접 구매하려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마약을 즐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경찰은 이들의 마약 공급 경로로 지목된 한 클럽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이 발생한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사저널 박정훈·임준선
8월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현직 경찰관의 추락사가 마약 사건으로 번졌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임준선

“수십 대의 외부 차량이 주기적으로 드나들어”

8월27일 일요일 새벽 5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14층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망자는 강원경찰청 소속 경찰관 A경장이었다. A경장은 당시 15명과 모임 중이었다. 이들은 전날 밤 10시쯤부터 30평 남짓의 아파트에 모였다고 한다. 그러다 새벽 무렵 A경장이 떨어졌고, 한 참석자가 이를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모임 참석자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의사부터 대기업 직원, 대학생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남성이라는 점뿐이다. 이와 관련해 참석자들은 운동 동호회 모임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온 것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정기 모임을 처음 가진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9월4일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인근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마약 사건으로 번지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새벽에 사건이 발생한 만큼 이를 직접 목격한 이웃 주민들도 찾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사건을 잘 모른다”거나 “얘기를 들은 건 있지만 확실치 않아서…”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아파트 인근 상인은 “수십 대의 외부 차량이 주기적으로 드나들었다”면서 “아파트를 임차한 사람은 모임 참석자로, 작은 규모의 비영리기구(NGO) 소속 직원”이라고 귀띔했다.

현직 경찰관의 사망 사건은 당초 타살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내 마약 문제로 비화했다. 모임 장소에서 주사기 등이 발견됐고, 일부 참석자에게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15명 가운데 5명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케타민·MDMA(엑스터시)·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을 보였다. 나머지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다만 간이 검사는 투약 이후 1~2일이 지나면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A경장의 추락 이후 8명이 현장에서 이탈했는데, 마약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한 도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정밀 감정을 통해 참석자들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A경장의 마약 투약 여부와 관련한 검사 결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참석자 전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했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알약 등을 압수해 정밀 감정 중이기도 하다. 서울 용산경찰서 강력팀과 형사팀, 마약수사팀 등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참석자 일부에게서 검출된 필로폰은 코카인·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불린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중독자들은 통상 대마부터 시작해 필로폰·코카인 등 강한 약물을 찾게 된다.

케타민은 ‘강간 약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당초 케타민은 임상용 또는 동물용 마취제로 사용됐다. 그러나 일부 범죄자가 클럽 등지에서 음료수에 몰래 케타민을 넣어 의식을 잃게 한 후 성범죄를 저지르는 약물로 악용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임준선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시사저널 임준선

경찰, 이태원 클럽 압수수색

남은 문제는 ‘누가 이들에게 마약을 공급했느냐’다. 먼저 A경장이 온라인에서 직접 마약류를 구매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경장의 휴대전화에서 케타민을 검색한 이력이 나왔다는 것이다. 엑스터시의 은어로 통하는 ‘캔디’를 구매하려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사건 당일 사용한 마약을 A경장이 직접 구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마약 공급 루트로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이 지목됐다. 일부 참석자가 모임 직전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해당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서는 9월5일 해당 클럽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일부 참석자가 이곳에서 마약을 구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들이 클럽에서 마약 공급책과 접촉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목격자 등을 확보해 참석자들의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용산서 관계자는 “마약 수사의 성격상 유통·공급 등 상선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경장의 사망 역시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사건 당시 A경장은 스스로 좁은 창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고 한다. 아직까지 A경장이 살해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A경장이 투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투신이 아닐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경찰은 A경장의 일상생활을 역추적하며 사건의 배경과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A경장은 사건 당일을 포함해 여러 번 관외 여행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경찰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두 시간 내 근무지 복귀가 어려울 경우 관외 여행 신고를 해야 한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경찰은 A경장이 모임 참석자들과 자주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서 관계자는 9월7일 “모임 참석자들은 30~40대”라며 “A경장의 부검 결과 회신을 기다리는 중으로 A경장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범죄와의 연관성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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