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열풍’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어서다. 지난 6일 국내 출간된 이 책은 7일 기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종합서점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하루키의 힘’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하루키가 6년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하루키가 등단한 지 1년 정도 된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한 중편인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토대로 쓰였다. 이 소설은 하루키가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하지 않은 작품이다. 하루키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자신의 유일한 미완성 작품을 다시 꺼내 3년 간의 집필 과정을 거쳤고, 총 3부로 구성된 장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지난 4월 내놓았다. 

하루키는 후기를 통해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고 밝혔다. 이번 소설은 30대의 하루키가 쓴 글을 70대의 하루키가 소환해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때문에 이 책은 주인공의 감정 등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특성을 지닌 하루키 초기작들의 매력이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1980년에 중편을 쓸 때는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몰랐다”며 “서랍 속에서 꺼낸 듯한 느낌으로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소설은 “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30대의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 책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돼 40만 부가 판매됐고, 오리콘차트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일본 서적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또 한 번의 열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하루키 신드롬’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작품은 《상실의 시대》다. 1989년 한국에 번역된 《상실의 시대》는 1990년대 청춘 필독서로 여겨지면서 ‘하루키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해변의 카프카》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 《일인칭 단수》 등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리스트의 《순례의 해》 등 작품에서 배경 음악처럼 언급된 음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루키 소설 속 음악들을 모은 음반이 발매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한국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온라인 종합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에 따르면, 이 소설의 예약 판매량은 전작인 《기사단장 죽이기1》의 2배에 달한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국내 서점가는 이 소설의 출간을 기념해 특별 판매 공간을 조성하면서 열풍을 마주했다. 문학동네는 오는 9일 서울 성수동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팝업스토어를 열고, 17일까지 관련 전시를 열 계획이다.

조유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