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신·증설 갈등’ 심화…“인체의 건강에 악영향”
  • 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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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소각장 43곳서 대기오염물질 1000톤 가량 배출
폐비닐·폐플라스틱 ‘전처리’ 가능한 ‘파장분해’ 기술 주목

오는 2026년부터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직접 매립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부턴 생활폐기물을 소각하거나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연성 협잡물과 잔재물만 매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소각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친환경’과 ‘랜드마크’ 소각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소각시설은 지하에 조성하고, 그 위에 주민편의시설과 레저·문화·스포츠 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표적인 사례가 덴마크의 코펜하겐 소각장과 오스트리아의 슈피텔라우 소각장, 하남시의 유니온파크 등이다.

하지만, 소각장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소각시설이 지하에 조성되더라도 지상으로 우뚝 솟아나온 굴뚝에서 중금속뿐만 아니라 에어로졸(Aerosol)을 구성하는 먼지와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황산화물·질소산화물, 유독성이 강한 염화수소·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나프타(naphtha)’나 ‘등·경유’급 정제유로 환원시키는 ‘파장분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를 소각하기 전에 파장분해 기술을 ‘전처리’ 방법으로 활용하게 되면,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나프타나 등·경유 등으로 환원시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활폐기물 소각량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불연성 협잡물, 잔재물을 감소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에 집하된 생활쓰레기의 모습 Ⓒ구자익기자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에 집하된 생활쓰레기의 모습 Ⓒ구자익기자

강남자원회수시설, 수도권 소각장 중 대기오염물질 최대 배출

8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소각장은 총 43곳이다. 경기도에 34곳이 들어 서 있고, 서울에서 6곳, 인천에서 3곳이 가동되고 있다. 주로 생활쓰레기가 담긴 종량제봉투나 하수슬러지를 소각한다.

이들 소각장은 지난해 984.4톤 규모의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5톤짜리 청소차 197대 규모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 것이다. 경기도에서 641.3톤이 배출됐고, 서울시에선 239.7톤, 인천시에선 103.4톤이 쏟아져 나왔다.

소각장들 중에선 서울시의 강남자원회수시설이 가장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뿜어냈다. 무려 78.5톤을 배출했다. 이어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시자원회수시설 60.1톤, 인천시의 청라사업소 56.6톤의 순이다. 

소각장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은 질소산화물이 702.4톤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산화탄소 195.1톤, 염화수소 50.8톤, 먼지 23.4톤, 황산화물 12.7톤의 순으로 집계됐다. 

질소산화물은 강남자원회수시설(60.1톤)이 가장 많이 배출했고, 청라사업소(49.3톤)와 수원시자원회수시설(39.7톤)이 뒤를 이었다. 일산화탄소는 김포시자원화센터(17.6톤), 수원시자원회수시설(13.3톤), 송도자원환경센터(11.1톤) 순으로 배출됐다. 

염화수소 배출량은 강남자원회수시설(7.7톤), 수원시자원회수시설(5.0톤), 시흥그린센터(4.2톤)의 순이다. 먼지는 강남자원회수시설(2.2톤), 수원시자원회수시설(2.1톤), 마포자원회수시설(1.9톤) 순으로 배출됐다. 황산화물은 송도자원환경센터(2.9톤), 부천시자원순환센터(1.4톤), 강남자원회수시설(1.0톤)의 순으로 뿜어냈다. 

인천의 한 도로가에 쌓여 있는 종량제봉투 Ⓒ구자익기자
인천의 한 도로가에 쌓여 있는 폐기물과 종량제봉투 Ⓒ구자익기자

‘대기오염물질 인체에 악영향’…의료기관 논문 잇달아 발표

인천발전연구원(인발연)은 2021년 5월18일 ‘소각시설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 : 사례조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발연은 이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도심 소각시설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현대화된 소각시설의 경우 대기질과 주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발연의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후에 소각장 굴뚝 등을 통해 배출되는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우리나라의 일상생활 환경에서 노출되는 수준이더라도 인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잇달아 발표됐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와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재림 박사, 김창수 교수팀은 2021년 2월15일 대기오염물질이 ‘치매’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₂)의 농도 높아질수록 측두엽 등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 영역의 두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환경 및 독성학 분야 최고의 저널 중 하나인 ‘EHP’에 게재됐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는 2021년 6월21일 에어로졸이 ‘소화기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에어로졸에 노출된 남성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남성 노동자에 비해 소화기암 유병률이 높았다. 구강암은 3.96배, 식도암은 3.47배, 위암은 1.34배 높았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지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최윤형 교수와 안과 김동현 교수, 예방의학실 주민재 박사팀은 2021년 10월11일 세계 최초로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황반변성’ 발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환경분야의 국제학술지인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8월26일자에 게재돼 큰 주목을 받았다. 

최 교수는 또 2022년 2월25일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SO₂) 등의 대기오염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손실’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환경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1월17일자에 게재됐다.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서 있는 도시유전 시스템 Ⓒ구자익기자
수도권매립지에 들어서 있는 도시유전 시스템 Ⓒ구자익기자

비닐·플라스틱 ‘전처리’ 가능한 파장분해 기술 주목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의 절반가량은 비닐과 플라스틱이다. 수도권의 생활쓰레기 소각장이 사실상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소각장인 셈이다. 인천환경공단 청라사업소 관계자는 “생활쓰레기가 담긴 종량제봉투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걸러내면, 소각량도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양환경에너지시설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반입된 생활쓰레기의 약 42.63%가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분석됐다. 1월엔 비닐과 플라스틱이 31.62%에 불과했지만, 8월엔 51.62%에 달했다. 

소각장에서 소각되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은 열분해나 파장분해 기술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미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열분해나 파장분해를 통해 나프타나 등·경유급 정제유로 환원시킬 수 있는 기술이 상용되고 있다. 소각장에서 열분해나 파장분해를 전처리 기술로 활용하면 소각량의 절반가량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면서 불연성 협잡물과 잔재물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6월에 국내 11개 열분해 업체와 파장분해 업체의 기술 현황을 파악했다. 단순하게 소각·매립되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을 열분해나 파장분해를 통해 나프타나 오일을 생산하는 고품질 재활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중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을 270℃ 이하의 열에너지와 세라믹볼의 파동에너지로 유화시켜 비응축가스의 외부유출 없이 전량 응축이 가능한 ㈜도시유전의 파장분해 기술이 주목받았다. 전기에너지만 사용하는데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굴뚝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300℃ 이하에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분해시키기 때문에 다이옥신 배출 우려도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파장분해 기술은 2022년 11월8일 영국의 친환경기업인 b.grn그룹에 수출됐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이 300℃ 이상에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열분해 기술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도시유전 관계자는 “파장분해 기술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을 비닐이나 플라스틱의 원료로 환원시킨다는 게 핵심이다”며 “소각장을 운영하는 수도권의 지자체에도 파장분해 기술을 소각의 전처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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