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제조공장으로 전락한 정당들…정치 회복 위해 창당”
  • 이원석 기자, 이동혁 인턴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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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 “기본으로 돌아갈 것…회계 투명화·정치 학교 운영이 차별점”
“내년 총선 50석 목표…지금은 타 신당과의 연대나 합당 생각 안 해”

“대한민국 과거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다. 대한민국 미래 여러분 환영한다.”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가 지난 8월28일 창당대회에서 가장 처음 꺼내놓은 말이다. 창당의 순간, 그가 이렇게 서두를 연 이유는 뭘까. 동양 철학의 권위자이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이기도 한 최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에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처음 발을 들였고, 양향자 의원(공동대표)과 함께 한국의희망을 창당 작업을 주도했다. 시사저널은 9월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국의희망 사무실에서 최 대표와 만나 그가 창당에 나선 이유, 직접 그리고 있는 신당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가 9월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국의희망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가 9월5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국의희망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멈춰버린 대한민국…문제 해결할 정치가 국민 발목”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의희망을 창당하게 됐나.

“대한민국이 멈췄다. 그것도 20년 이상 멈춰 있다. 극심한 사회 불안, 정치 갈등, 부패, 포퓰리즘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추락시켰던 이 4가지가 전부 나타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상태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인간은 정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진화했다.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 정치가 잘 돼야 나라가 잘된다. 근데 우리나라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내는 곳이 돼 버렸다. 오히려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정치는 왜 이렇게 변질됐을까.

“어느 순간부터 기본을 놓쳤다. 정치는 ‘말’이다. 말의 가장 기본은 신뢰다. 정치 영역에서 신뢰가 사라졌다. 수치심과 염치가 사라졌다. 가장 밑바닥의 단계다. ‘어떤 방향의 정책을 실현해야 하는가’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 데까지 추락한 것이다. 정치가 막장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희망을 통해 정치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인가.

“그렇다. 한국의희망은 기본을 가장 강조하고 스스로 지키는 정당이 될 것이다. 우리의 비전은 ‘기본으로 무장해 선도 국가를 향해 이제 건너가자’는 것이다. 여기에 정당이 필요하다. 정치를 회복해야 하는데, 대의민주주의 속에서 가장 핵심은 정당이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정당들이 길을 잃은 것이다.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엔 아직 정당이 없다. 정당이 아니라 대통령 제조 공장이다.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당을 쪼개기도 하고, 사람을 빌려오기도 한다. 권력 투쟁만 있고 정치가 없다. 한국의희망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별히 양향자 의원과 함께 창당하게 된 계기가 있나.

“개인적인 친분도 배제할 수 없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간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가 들어맞았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격 국가에서 선도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 무엇보다도 과학과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시선의 높이가 과학과 철학으로 상승해야 한다. 양 의원은 과학 기술 전문가이고 저는 철학자 아닌가. 이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과학과 철학의 콜라보(협력)다.”

기존의 정당과 한국의희망의 가장 큰 차별점은 뭔가.

“기존에 정당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 먼저 사람을 모은다. 그다음에 자기들 사이의 위계와 역할을 나눈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한다. 비전이나 아젠다가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계파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의희망은 무엇을 할 것인지, 비전을 가장 먼저 정했다. 그러고 나서 그 비전에 맞는 사람을 구하고 있다. 우리는 비전과 문제의식이 매우 분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희망 만의 특징점을 말해달라.

“첫째는 투명한 돈 관리다. 특히 블록체인 정당을 표방해 회계 투명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거의 모든 부패는 불투명한 돈의 사용으로 연결된다. 한국의희망은 돈을 모으고 쓰는 데 있어 관계자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공개 중이다. 교육 또한 주요 가치로 두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정계에 들어와 처음 느낀 건 정치의 실패는 곧 교육의 실패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본과 신뢰를 지키고 염치를 알기 위해선 교육이 필수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의 기본도 배우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다. 한국의희망은 정당사 최초로 정치 학교를 운영해 한국 정치의 근본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가운데)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8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축사를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가운데)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8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축사를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의희망은 건전한 상식의 중도 정당”

한국의희망은 중도를 추구한다고 보면 되나. 기존의 보수·진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회의감이 크다.

“굳이 정한다면 건전한 상식의 중도 정당이다. 사실 정치와 진영을 분리할 수 없고, 우리가 지향하는 비전이라는 게 다 이념이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 정치는 진영, 이념 안에 갇혀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 할 필요가 없다. 진영이 결정한 대로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정치에선 진보나 보수가 없다. 낡고 철 지난 보수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갈등은 비상식적이다. 좌파가 좌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우파가 우파 역할을 제대로 하면 거기서 나오는 갈등은 생산적일 수 있다. 각 정당과 정치인이 생각하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신당에 함께 할 사람들을 계속 접촉하고 있을 듯하다. 기존의 거대 양 진영에서도 함께 할 인물들이 있을까.

“여러 사람과 주의 깊게 관찰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람을 접촉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금의 정치 상태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열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느냐다. 한국의희망은 그동안의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선호한다. 양당 안에 있는 분들 중엔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분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은데.

“다들 신당의 성공 신화가 없다고들 하지만 저는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 막 새로운 싹이 돋은 게 아니겠는가. 싹만 보고선 알 수가 없다. 앞으로 나무가 커가는 걸 봐주시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한국 현대 정치에서 안철수 현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그동안 양당 체제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구체적 현상으로 드러난 거다, 여전히 국민들 마음 한 켠에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그리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의지가 적지 않다 생각한다. 결국 핵심은 정당의 역할에 달려 있다. 유권자를 설득하고 그다음,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드릴 생각이다.”

의석수 등 내년 총선에서의 구체적 목표가 있나.

“오는 9월 중순부터 총선 대비를 위해 선대위 체재로 개편을 할 계획이다. 의석은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유권자들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양향자 공동대표가 총선 50석 확보를 목표로 언급한 바 있다. 그게 우리의 목표다. 모든 건 유권자 선택에 달려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본인도 출마를 고려하나.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이다. 내 의지도 중요하지만, 당대표가 됐으니 당의 뜻과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내 생각과 당의 명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될 거라고 본다.”

금태섭 전 의원이 준비하는 ‘새로운선택’ 등 다른 신당과의 연대나 합당 여부도 관심사인데.

“당을 만들자마자 다들 연대나 합당을 묻는다. 우리 정치가 얼마나 주체적, 독립적이지 못했는가를 알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연대나 합당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우리 정치가 당이 좀 더 많아져 정책 연대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협력하고 경쟁을 하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하면 정치가 건강해질 것이다.”

국민의당 등 신당도 결국 기존 거대 진영에 편입돼 버렸다. 한국의희망은 어떨까.

“한국의희망은 선거, 의석수를 위해 정치하는 집단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도약시키기 위해 모인 결사체다. 그걸 위해 가장 시급한 게 정치의 회복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정치의 본령을 지키고자 할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공학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최진석 한국의희망 상임대표 ⓒ시사저널 최준필

“정치 문법 익숙하지 않은 사람 선호…양 진영에서 찾긴 어려울 듯”

미래 세대를 위한 구상은.

“입으로만 미래 세대를 말해선 안 된다. 지금껏 정치권에선 청년 세대를 마치 용병처럼, 그리고 정쟁의 소모품처럼 소비해 왔다. 청년을 위한다는 거짓말로 그들을 현혹한 셈이다. 한국의희망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독립 기구를 세웠다. 청년 조직을 당내에 설립해 청년 발언과 상상력을 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의희망은 청년을 위한 당이 아니라 청년의 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당직자 대부분이 청년들이다.”

지금 여야는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이념 전쟁이 벌어지고, 야당 대표는 단식 중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를 하기보다는 이 말로 대신하고 싶다. 대한민국 과거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다. 대한민국 미래 여러분 환영한다. 제가 창당발기인대회와 창당대회에서도 한 말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하고, 청년들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 양당의 그러한 모습 때문이다.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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