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열흘 넘긴 이재명…두 번째 체포안 ‘이탈표’ 향배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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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건강 악화에 계파갈등도 잠잠…체포안 표결 시점은 오리무중
“李,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지켜야” vs “검찰탄압 뻔한 상황인데”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나와 천막농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나와 천막농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 대표의 두 번째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민주당 내부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원내에서도 결의를 모은 만큼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당내 단일대오가 형성된 상황에서, 검찰탄압에 맞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대표의 단식은 11일로 12일째에 접어들었다. 이날 이 대표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당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앞서 지난 9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8시간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체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단식 농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내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간 계파 갈등도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까지의 분위기와 특수부 검사들의 수사 행태에 비춰보면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게 된다.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이 대표의 건강 상태로 9일 검찰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해서다. 여기에 이 대표와 검찰 간 재소환 출석 일자 조율에서도 마찰이 빚어지며, 21일 본회의를 넘어 추석연휴 이후에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단식농성을 12일째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앞 천막에 누워있다. ⓒ연합뉴스
단식농성을 12일째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앞 천막에 누워있다. ⓒ연합뉴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李 본심 아냐”

이 대표의 두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분위기다. 비명계에선 단식 중인 이 대표에 대해 질타 수위를 낮췄으나, 여전히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자율 투표 끝에 부결되면 결국 이 대표의 단식이 ‘방탄용’이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란 이유에서다. 또 이 대표도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인 자격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원내에서도 해당 내용을 결의로 모은 바 있다.

비명계 중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대표가 목숨을 걸고 지금 단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오면 가결시켜야 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야박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대놓고 말을 못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명백히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들어오면 가결시켜 달라고 먼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은 널리 퍼져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명계를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표결을 부결시키거나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앞서 의원들이 모은 결의는 당론이 아닌 만큼 구속력도 없고, 정당한 영장청구 기준이란 ‘조건’도 붙었다는 이유에서다. 박주민 의원도 “영장이 어떤 식으로 또 어떤 내용으로 청구되느냐가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 중에 하나가 되지 않겠나”라며 “그런 것들을 좀 봐야 될 것 같고 그 다음에 논의가 필요하겠다. 당내에서의 복잡한 과정이 될 것 같고 의견도 분분하다”고 전했다.

또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이 본심이 아니란 주장도 나온다. 한 친명계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권을 향한 검찰탄압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대표도 보호막(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 싫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당 리스크 타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검찰이 이 대표와 소환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작심하고 흔들려는 모습을 대놓고 보이는 만큼, 체포동의안 부결은 선택지에 당연히 포함돼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일부 비명계 의원들도 이 대표에게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이번 (이 대표) 단식이 민주당 단합의 계기가 되고 있냐’는 질문에 “확실히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플랜B를 고민하는 건 한가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체포동의안 표결 관련 민주당의 선택 향방에 대해서도 “대표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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