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증” “대란 아냐”…요소수 둘러싼 엇갈린 시선
  • 이동혁 인턴기자 (dhl4001@gmail.com)
  • 승인 2023.09.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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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일시 품절’ 이어지며 사재기·대란 우려 고개
업계, 상황 주시하며 “2년 전과는 달라”…정부도 ‘진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9월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직원이 남은 요소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9월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직원이 남은 요소수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년 전 한국을 강타한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 재현 우려에 업계와 소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비료용 요소 수출 중단 방침을 발표한 후 '제2의 요소수 대란'을 향한 소비자 불안 심리가 가중되면서 일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선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가 요소수 불안 심리를 진화하고 나선 가운데 정유 및 화물 업계는 '대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기준, 국내 차량용 요소수 판매 일부 사이트에선 '일시 품절' 공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요소수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정밀화학은 온라인 쇼핑몰 내 공지사항을 통해 "일시적 주문 폭증으로 택배 서비스가 한계에 달했다"면서 요소수 긴급 배송 중지를 알렸다. 해당 업체가 판매하는 3.5L 파우치형, 10L 페트형 요소수 모두 현재 '판매 중지 상태'다.

온라인에서 요소수를 판매 중인 S 업체 사이트엔 요소수 구매창에 '현재 구매하실 수 없는 상품'이란 공지가 떠 있다. 해당 업체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5L 짜리 요소수를 사가는 분들이 꽤 많다"면서 "추후 재고 확보 일정에 대해선 확실히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요소수(포로녹스) 또한 현재 일시 품절 상태로 판매가 중단돼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측은 "(온라인) 구매 물량에 제한이 없어 지난 금요일부터 수 백개씩 사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일시적으로 막아 놓은 것"이라며 "전체 판매량에서 온라인 판매량은 1% 밖에 되지 않고, 도매상 통한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9월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가 진열돼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9월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요소수가 진열돼 있다. ⓒ 연합뉴스

"2년 전 대란만큼은 아냐"

중소기업 제품의 경우 현재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주문이 가능하다. 요소수를 판매 중인 한 중소 업체 관계자는 "요소수의 경우 원래 판매 건수가 높지 않은 제품이었는데 지난 주와 비교할 때 판매량이 크게 늘긴 했다"면서도 "아직까지 판매 중지를 고려할 만큼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이어진 뜨거운 '관심'과 달리 현장에선 큰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정유 업계도 2년전 발생한 요소수 대란만큼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금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허아무개씨는 "최근 요소수 재고를 묻는 이들이 늘어나긴 했다"면서도 "뉴스에서 요소수가 부족하다고 하니 일시적으로 구매가 몰린 것뿐 대란으로 불릴 정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주유소 관계자 또한 "평소에도 1-2개 나가던 요소수 판매량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화물 업계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이어졌다. 전국에 위치한 화물차 연대 지회 내부에선 요소수와 관련해 "체감되는 게 없다", "가격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울에서 화물 노동자로 근무하는 박아무개씨는 "처음 요소 수출 중단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격이 잠시 오른 적은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선 가격이라든지 물량 구매에 큰 어려움이 있진 않다"고 답했다.

경기 지역에서 화물을 운반하는 김진영씨는 "화물 운전자들은 주로 주유소를 통해 요소수를 거래한다"면서 "아직까진 주로 거래하는 주유소에서 요소수 부족과 관련해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불안 심리' 자극 우려 시선도 

요소수 가격 인상에 주의를 당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부산과 경기를 오가며 화물차를 운전하는 허남행(52)씨는 "50L 분량의 요소수를 미리 준비한 덕에 아직까지 요소수 부족 문제가 체감되진 않는다"면서도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볼 때, 리터 당 5000원에서 심한 곳은 1만 원까지 하는 곳도 있기에 가격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형우(57)씨는 요소수 가격 인상이 기사들의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운임 시 요소수만 20L가 들어간다"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느 한 사람이 요소수 10통을 구매하면 다른 사람은 20통, 30통을 구매하기 마련"이라며 "이런 불안 심리가 자극돼 단가가 끊임없이 올라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통계를 집계한 결과, 11일 기준 요소수가 매진된 주유소는 전국 3105곳 중 88곳이다. 전체 주유소 대비 2.8%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주유소는 49곳으로 전체 수도권 주유소(1061곳) 대비 4.6% 정도를 차지한다.

정부는 제2의 요소수 대란을 향한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강종석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기획단 부단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업계 점검 결과 중국 내 차량용 요소 수입엔 특이 사항이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2021년)와 같은 포괄적인 수출 제한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외신이 요소 수출을 축소한다고 보도한 업체는 화학비료 업체"라며 "차량용 요소수 수급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요소수 관련 우려 불식을 위한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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