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8?”…尹, 리스크에도 ‘MB맨’ 계속 쓰는 이유는
  • 변문우 기자·정윤성 인턴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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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이동관, ‘극우’ 김영호, ‘욕설’ 유인촌까지…野 “MB정부 시즌2”
18개 중 13개 부처의 장·차관이 MB맨…“인재풀 적으니 경력직 소환”

최근 이명박(MB) 정부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 연이어 중용되는 분위기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 이어, 2기 개각에선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직에 지명됐다. 이들은 모두 각종 논란에 연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다시 요직에 재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은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 사고 있지만, 야권에선 윤 대통령의 측근 중 국정운영 경험을 갖춘 인재자원이 적어서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유인촌 “사진 찍지 마, ××!”…김영호 “국민이 주권 행사하면 무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방부·문체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유인촌 특보,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특히 유 후보자는 지난 7월 특보로 위촉된 지 두 달 만에 문체부 장관에 발탁됐다. 인선을 발표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유 후보자는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했던 만큼 정책역량도 갖춘 분”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유 후보자는 지명 직후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앞서 MB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 시절 ‘욕설 파문’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켜 도마에 오르내린 탓이다. 유 후보자는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사진 찍지 마! ××!”이라고 말해 대중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또 “노무현 정권의 인사들은 모두 자진해서 사표 써라”고 요구한 사실이 전해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리스크’를 가진 MB인사는 유 후보자뿐만이 아니다. 앞서 이동관 위원장도 아들 학폭 논란과 배우자 인사청탁 의혹이 제기돼 역풍에 직면한 바 있다. 그는 8월 야권의 거센 반발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불발된 채 대통령의 임명권한으로 겨우 직에 올랐다. 김영호 장관은 극우 성향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김 장관은 직에 오른 후에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면 무정부 상태”라고 말해 야권의 질타를 받았다.

이들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등 MB정부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서 활동 중이다. 여기에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MB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한 김효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직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초년생 尹, 인맥도 믿을 사람도 없는 듯”

이를 두고 야권 인사들은 ‘MB정부 시즌2’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3일 개각 전 기자들과 만나 “‘구’태 인사, ‘한’심한 인사, 막‘말’을 이어온 인사들”이라며 “구한말 인사”라고 혹평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내각에 이어 언론까지 MB맨(인사)들이 투입됐다. ‘이동관-유인촌-김효재’ 3단 언론장악 MB퍼즐이 완성된 것”이라고 직격했다.

정치권에선 친이계 인사들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로 윤 대통령 측근 중 국정운영 경험을 갖춘 인재자원이 적어서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 18개 부처 가운데 적어도 13개 부처의 장·차관이 이명박 정부 인사”라며 “‘MB 정부 시즌2’, ‘도로 이명박’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정치 새내기인 윤 대통령이 경력직인 MB정부 인사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MB때 수석들을 다시 전면 배치한 것이 적절한 선택일까. 윤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전문가 일각에서도 ‘새 정치’를 천명한 윤 대통령이 ‘구태 인사’를 답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치인 출신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은 인맥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결국엔 과거 보수정권의 인물들을 불러낼 수밖에 없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는 탄핵으로 몰락했다”며 “그러면 윤 대통령의 이념에 부합하는 남은 카드는 ‘MB맨’들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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