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 명 가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두고 ‘갑론을박’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9.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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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서 개정안 통과 실패…정부 “법적 문제 없어”
의약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은 위법”
미청구 실손보험금…연평균 약 2760억원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촉구 공동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관계자들이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촉구 공동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민 약 4000만 명이 가입한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정부는 해당 법안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실손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보건의약계 등은 이 법안의 내용은 위법이라고 맞서는 등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지난 13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심사했으나, 위원회 내부 이견으로 오는 18일 전체 회의에서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결정됐다. 

해당 개정안은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 회사에 전자 문서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의 번거로운 현행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이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사위 결정만을 남겨두면서 입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약계와 환자 단체 등이 법률 간 충돌,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제기하면서 법사위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이들은 의료법 21조상 '의사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 진료 기록 또는 조제 기록부를 열람케 하거나 사본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민간 보험사의 편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발에 나선 것이다.

이에 관해 금융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법사위 수석 전문위원실이 법안 정합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의료법 21조에도 '보호의무자의 열람 및 사본 발급이 가능하다'고 규정돼있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정부 측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업무 지침'에도 다른 법 규정에서 의료법 21조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안전 관리의 수장이 환자의 기록 열람 요청 시 의료 기관은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법제처의 해석도 정부 의견을 뒷받침한다.

소비자 단체는 청구 절차가 단순해지면 소비자 불편이 줄 것이라며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보험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연평균 약 2760억원에 달한다. 상당 수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금액을 청구가 누락되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총 약 3997만 명이다. 연간 청구 건수는 약 1억 건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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