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건설일·주말엔 母 김밥집 돕던 청년…4명 살리고 떠나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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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추락사고로 뇌사상태 빠진 구경호씨, 4명에게 장기기증
기증자 母 “고생만 하다간 아들에 미안…나도 장기기증할 것”
지난 8월13일 추락사고로 인한 뇌사상태서 4명에게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숨을 거둔 구경호(28)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8월13일 추락사고로 인한 뇌사상태서 4명에게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숨을 거둔 구경호(28)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평일엔 공사장에서 일하고 주말엔 모친의 김밥집서 일손을 거들던 20대 청년이 평소 꿈 중 하나였던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떠났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8월13일 제주한라병원에서 치료받던 구경호(28)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총 4명에게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지난 8월7일 공장에서 작업 도중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와 뇌사 상태서 치료 받아온지 6일만이다.

기증원에 따르면, 구씨는 2남1녀 중 장남으로서 자신의 사업체를 갖겠다는 꿈 아래 밝고 긍정적으로 생활해왔다. 평일에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주말엔 모친 강현숙씨가 운영하는 김밥집의 일손을 거들다 사고를 당했다.

이후 구씨의 어머니인 강현숙씨는 아들의 ‘버킷리스트’에 장기기증이 기재돼 있는 사실을 확인, 아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강씨는 아들에게 “네가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면서 “나도 너와 같이 기증할 거라고 웃으면서 약속하고 왔다. 속 한 번 안썩이고 착하게만 자라온 네가 고생만 하다 떠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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