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 이재명, 운명 쥔 영장판사 앞서 직접 항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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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음 섭취하고 8시간 넘게 영장실질심사 진행
“증거인멸 염려” vs “불구속 원칙” 치열한 공방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구속 기로에 놓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직접 반박하며 맞불을 놨다. 8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이 대표와 변호인은 '불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26일 오전 10시7분께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 심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여러 차례 판사로부터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이 대표 운명을 가를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혐의나 검찰 측 주장에 의문을 표하면 변호인이 답한 후 이 대표가 직접 보충 설명하는 형태다. 

이 대표 변호인인 박균택 변호사는 휴정 시간 취재진에 "판사님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변호인이 답하는데 거기에 (이 대표가) 좀 보충하는 식"이라며 "(컨디션은) 안 좋다"고 말했다.

법원 출석을 위해 이날 오전 녹색병원을 나선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이동했고, 법정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장기 단식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심리 중에도 이 대표가 별다른 발언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낮 12시40분까지 백현동 특혜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대표는 말 없이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조용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진다. 

40분 휴정 시간동안 병원에서 가져 온 미음을 섭취한 이 대표는 오후 1시19분께부터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심리가 진행되면서 직접 항변에 나섰다. 

법원 앞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이 대표는 불필요한 장외 여론전을 자제, 판사 앞에서 반박에 나서며 법리로 맞불을 놓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오후 3시59분까지 2시간40분간 심리를 진행하고 15분 간 한 차례 더 휴식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으로 위증교사 사건을 심리 중이다. 

이 대표 혐의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검사와 '백현동 개발 특혜'를 맡은 최재순(37기) 대전지검 공주지청장을 필두로 정예 수사팀 10여 명을 투입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며 150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 500장 분량을 준비했다. 

이 대표 측은 수사 과정에서 입회한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과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은 판사 출신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이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감사관을 지낸 김희수(29) 변호사, 전석진(16기) 변호사 등 6명이 출격했다.

검찰 수사 때와 달리 판사 출신 변호인을 전면에 세워 영장실질심사 총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9월2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9월2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연합뉴스

검찰은 백현동·대북송금 의혹을 각각 '권력형 지역토착비리'·'국가안보를 위협한 정경유착 범죄'로 규정하고 이 대표를 정점으로 지목했다. 특히 구속 여부를 가를 최대 쟁점인 '증거인멸 염려' 관련 여러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지난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한 당시 녹음 파일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증인에게 여러 차례 위증을 요구한 통화내용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대관 로비스트' 김인섭씨와 대북송금 관련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과 이 대표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관계자 증언도 언급했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의 혐의 구성이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백현동 토지 용도변경 허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 주도로 이뤄졌고 이 대표가 이 사건으로 얻은 이익이 전혀 없어 범죄 동기조차 없다는 취지다.

쌍방울그룹 김 전 회장과 친분이 없고, 그가 북한에 지급한 800만 달러는 기업 차원의 대북 경협사업  비용이란 주장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북사업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로부터 보고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검찰이 관련자들을 압박·회유해 위법 수사를 했다고 역공했다. 

아울러 현직 제1야당 대표로 도주 우려가 없는 점, 장기간 단식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혐의 전반을 다투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심리가 종료되면 구속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밤 또는 27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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