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파헤쳤지만…역풍 마주한 檢·한동훈 “표적? 前정권서 수사 시작”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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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법원 결정과 검찰 상당한 견해 차이…보강수사 진행”
한동훈, 수사 차질 우려에 “동력 필요치 않아, 시스템이 곧 동력”
(왼쪽)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거센 후폭풍을 마주했다.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체적 혐의와 수사 내용을 열거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던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표적 수사 비판에 '전 정권'을 들고나온 검찰은 이 대표 불구속 기소 후 재판에서의 유죄 입증을 자신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수사와 재판, 사법 절차에 충실히 임하겠다"며 "(이 대표) 혐의에 대해 추가 보강해 수사할 부분을 잘 찾아 범죄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법원이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현직 제1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입지가 고려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법원의 영장 재판 결정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며 "법원에서도 범죄의 입증, 소명에 대해 인정함에도 정당 대표라는 지위에서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게 주안점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일선 수사팀과 충분히 수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해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청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 후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야권에서 '표적 수사' 비판을 쏟아내는 데 대해 이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방패로 꺼냈다.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모두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백현동 특혜 비리 사건만 하더라도 지난 정부 감사원에서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를 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사법은 정치적 문제로 변질돼서도 안 되고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수도 없으며 변질되지도 않는다"며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 때리기가 아니라 범죄 혐의점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한 것일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 판단에 '모순'이 있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에 대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이라며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구속 위기를 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구속 위기를 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으로부터 '파면 또는 탄핵' 압박을 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민주당은 2년 넘게 이 대표와 그 주변, 관련자들을 샅샅이 조사하며 370차례 넘는 압수수색을 벌이고 현직 야당 대표를 여섯 번이나 소환조사 한 결과가 구속영장 기각이라며 한 장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이 대표에 법원 판단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 장관은 "정치인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가 되는 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검찰이 흔들림 없이 수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그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남은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거듭하는 데 대해서는 "체포동의안 설명 때도 말씀드렸듯 관련 사안으로 21명이 구속됐다"며 "무리한 수사라는 말에 동의하시는 국민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에 대한 주요 혐의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는 "범죄 수사는 진실을 밝혀서 책임질만한 사람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며 "동력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시스템이 동력"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에 의구심을 제기한 데 대해선 "법무부 장관이 영장판사의 세부 판단내용에 대해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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