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주의보…췌장염 등 위장질환 위험 높이는 비만 치료제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6 1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만 치료제 성분, 췌장염·장폐색·위 무력증 위험성 높여
캐나다 연구진 “위장질환 위험성, 제품 경고에 표시해야”
간단한 식습관 개선만으로도 다이어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Pixabay<br>
오젬픽, 위고비, 리벨서스, 삭센다 등 일부 비만 치료제의 약물 성분이 췌장염, 장폐색, 위 무력증 등 심각한 질환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ixabay

‘살 빼는 약’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치료제가 위장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젬픽, 위고비, 리벨서스, 삭센다 등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후 비만 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약물의 성분이 췌장염, 장폐색, 위 무력증 등 심각한 질환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마야르 에트미넌 교수와 모히트 소디 연구원은 6일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서 비만 치료제인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와 췌장염·장폐색·위무력증 등 사이에 강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세마글루티드는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 위고비, 리벨서스의 성분이고, 리라글루티드는 비만 치료제로 가장 잘 알려진 삭센다의 성분이다.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는 지난 10여 년간 체중 감량제로 인기를 끌었고, 2021년 비만 치료제로 허가됐다. 2022년 한 해 미국에서만 약 4000만 건이 처방됐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 약물의 체중 감량 효능을 조사하는 무작위 임상 시험은 이뤄졌지만, 표본이 작고 추적 기간이 짧아 위장 장애를 포착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GLP-1 작용제를 사용한 비당뇨병 환자의 위장관 부작용에 대한 첫 대규모 연구다. 에트미넌 교수는 “체중 감량을 위해 이들 약물을 사용한 일부 환자가 위 무력증과 메스꺼움, 구토 등을 보고한 적이 있지만, 이들 약물과 위장질환 간의 연관성에 대한 대규모 역학 연구 데이터는 없다”고 언급했다.

연구는 2006~2020년 미국에서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를 처방받은 1600만 명의 건강보험 청구 기록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약물과 췌장염, 장폐색, 위 무력증 간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비만 치료제인 부프로피온·날트렉손 성분의 콘트라브 사용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세마글루티드·리라글루티드 사용자들의 췌장염 위험성은 콘트라브 사용자에 비해 9.0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염은 심한 복통을 유발하고, 경우에 따라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병이다.

음식물이 소자와 대장을 통과하지 못해 경련,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구토 등을 유발하는 장폐색 위험은 4.22배, 음식물이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해해 구토, 메스꺼움, 복통 등이 나타나는 위무력증 위험은 3.67배 높았다.

소디 연구원은 “이 약물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사용을 고려할 때, 체중 감량을 위해 이 약물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약물 부작용은 환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라며 “규제 기관과 제약업체가 현재 제품 경고에 포함돼 있지 않은 위장질환 위험성을 표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리라글루티드 성분의 삭센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 성분의 콘트라브를 비롯해 오르리스타트 성분의 제니칼,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성분의 큐시미아 등의 비만 치료제가 처방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