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스라엘에 美지상군 파병 없다…이란 공모 ‘스모킹건’ 못 찾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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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대리전 촉각…美, 항모전단 배치에 “이스라엘 지지 행동으로 보여준 것”
10월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이날까지 양측에서 1500명 가량이 사망했다. ⓒ AFP=연합
10월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이날까지 양측에서 1500명 가량이 사망했다. ⓒ AFP=연합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를 선포한 가자지구에 지상작전 개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은 자국 지상군 파병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 무력 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 될 것이란 관측 속 백악관은 이란 공모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 사태와 관련해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 땅에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및 군사정보 지원과 함께 최신예 핵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호를 주축으로 한 항공모함 전단의 동지중해 배치,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군 전투기 전력 증강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번 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의 기습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이란은 하마스를 다년간 지원해왔다"며 공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스모킹건'(확실한 증거)은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가 두 나라 사람뿐 아니라 미국인에게도 좋고, 지역의 모두에게 좋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양국 관계 정상화의 과정을 계속 장려할 의지가 충만하다"고 밝혔다. 

미국 고위 국방 당국자는 별도 브리핑에서 미 해군의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한데 대해 "이스라엘 방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등에 대한 억지력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 행동"으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공습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0월9일(현지 시각) 가자지구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민간인 주택을 폭격할 경우 민간인 포로를 처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신화=연합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공습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0월9일(현지 시각) 가자지구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민간인 주택을 폭격할 경우 민간인 포로를 처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신화=연합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사흘 째인 9일 기준 1500명에 육박한 사망자가 나왔다. 부상자는 63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자국민을 포함한 인질 규모가 15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하마스가 보복을 멈추지 않을 시 민간인 포로에 대한 처형을 예고하는 등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망자와 인질 중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등 외국인도 다수 포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미국인 최소 11명이 사망했다며 "(하마스) 테러 공격으로 인해 엄청난 비극을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대부분 격퇴했다고 밝히며 가자지구 고사 작전을 전개, 하마스 궤멸을 노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면서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도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에는 약 24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어 대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로 향하는 식품과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물자의 반입을 막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와 교전 사흘째인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면서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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