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있는데 왜 최저임금 받고 일하나”...도덕적 해이 어쩌나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10.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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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하한액 185만원...세후 최저임금 179만원”
“넘기 쉬운 수급 문턱...구직급여 수급율 99.6% 달해”
“하한액 폐지하고 평균임금의 60% 수준 준용해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실업급여 신청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실업급여 신청 창구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구직자들이 받는 실업급여액이 세후 최저임금 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역전 현상'이 재취업 의지를 떨어트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1일 발표한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짚으며 구직급여(실업급여)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개선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최저임금에 연동돼 산출되는 구직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80%)도 급격히 올랐다. 이에 올해 실직자의 구직급여는 최소 월 185만원으로 최저임금(201만 원)의 92%에 이른다. 하지만 경총은 세금·사회보험료를 뺀 세후 최저임금이 179만9880원으로 떨어지면서 구직급여가 일을 하면서 받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구직급여를 받기 위한 최소 요건인 실직 기준 기간(18개월)과 기여 기간(고용보험 가입기간·180일)이 모두 지나치게 짧아 반복 수급자들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급 요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느슨한 수준이다. 주요국인 일본과 독일의 경우, 기준 기간을 24개월, 기여 기간을 12개월로 각각 두고 있다. 

그러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구직급여를 여러 차례 받는 반복 수급자에 대한 제재는 없는 실정이다. 수급 자격 인정률이 99.6%에 달하는 등 사실상 구직급여를 신청만 하면 수령을 할 수 있어 구직자들이 취업 상태로 돌아갈 의욕을 저해하고 있다는 게 경총의 지적이다.

구직급여가 본래 취지에 어긋난 곳에 쓰이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육아휴직 급여를 비롯한 '모성 보호 급여' 대부분(작년 기준 84.7%)이 재취업을 돕고자 노사가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실업급여 계정)'에서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모성 보호 비용에 대한 국고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에도 정부의 일반 회계 지원 규모는 모성 보호 급여 지출 총액의 1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 촉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끔 실업급여 제도를 운용하고 기금 재정 건전성 강화를 통해 제도를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부분 OECD 국가처럼 구직급여 하한액을 폐지하고, 구직급여액을 평균임금의 60%인 현행 기준을 따르는 한편, 기준 기간을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 기간을 180일에서 12개월로 각각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총은 또 반복 수급자에 대해 구직급여 감액을 적용하고 재정에 부담을 가할 수 있는 조기재취업수당 제도의 폐지·축소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실업급여 제도를 지나치게 관대하게 운용하면서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하는 사람이 실업자보다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구직급여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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