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생각 이상의 캐릭터 ‘장주원’…모든 것 원 없이 보여줬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5 11:05
  • 호수 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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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무빙》에서 ‘딸바보 초능력자’로 인생 캐릭터 또 경신한 류승룡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인기가 여전하다. 주연배우인 류승룡에 대한 환호도 뜨겁다. OTT 통합검색,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공개한 랭킹에 따르면 《무빙》은 10월 1주 차에도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올 하반기 가장 사랑받은 드라마 중 하나로 꼽혔다. 9월20일 마지막 회가 공개됐음에도 새로운 K히어로물 탄생에 많은 시청자가 여전한 환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강풀 작가가 극본을 쓰고, 드라마 《킹덤 시즌2》(2020) 등을 만든 박인제 감독이 연출했다. 히어로물을 표방하면서도 로맨스와 휴머니즘 그리고 가족애를 듬뿍 담아내며 ‘한국형 슈퍼 히어로물’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을 끌어냈다.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등장인물 대부분의 서사를 공들여 보여줌으로써 모든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큰 사랑을 받은 인물은 배우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이다. ‘류승룡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 중 다양한 모습으로 매력을 뽐내는데, 딸 희수와 함께할 땐 딸바보 아빠가, 아내 지희와 있을 땐 애절한 로맨스티스트로, 임무에 나설 땐 초인적 힘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파워풀한 액션은 물론이다. “내가 가진 모든 걸 원 없이 보여줬다”고 말하는 류승룡을 만났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무빙》은 디즈니 콘텐츠 중 가장 큰 성공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체적인 관객 수를 모르니 인기를 체감하지는 못했다. 요즘 들어 해외팬들의 반응을 보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있구나 싶다. 디즈니와 넷플릭스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는데, 크게 다른 건 없다. 아, 굿즈가 다르다. 이것저것 보내주신다. 최근에는 캐릭터 가습기도 받았다. 하하.”

전작인 《염력》과 비슷한 판타지 장르고, 플랫폼 역시 접근성이 낮은 ‘디즈니’라는 점에서 걱정은 없었나.

“《염력》과는 아예 다른 스토리고, 호흡도 길다. 액션도 서사가 충분히 배치돼 있어 공감 포인트도 달랐다. 디즈니 측에서 전폭적인 제작 지원을 하고 간섭도 없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제작비가 500억원이다. 촬영 환경은 어땠나.

“제작비 중 많은 부분이 인건비였다. 코로나19가 최고조일 때 촬영을 했는데, 밀접 접촉자가 한 명만 있어도 촬영을 스톱했다. 그럴 때마다 엄청난 제작비가 소모됐는데,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랍기도 했다. 안전과 정해진 규율 내에서 최적의 콘텐츠를 내길 바랐다. 홍보 영상을 보고도 ‘돈을 아끼지 않았구나’ 싶어 감동적이었다. 수로 장면에서는 겨울인데도 물을 미지근하게 해놓아서 놀라웠다. 배우들의 불편함을 디테일하게 신경 써주더라.”

‘장주원’이라는 캐릭터는 원작보다 나아간 인물이었다. 어떤 식으로 해석했나.

“해석을 더한 건 아니고 대본에 적힌 대로 했다. 인간이 괴물이 됐을 때 어떤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위로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중 ‘재생’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로 나온다. 판타지 장르라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재생 능력을 가졌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끼는 인물이다. 그래야 관객들이 더 응원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극 중에서 제가 많이 맞는다. 오죽했으면 ‘류승룡 학대쇼’라고 하겠나. 초능력이 있는 인물이지만 그 고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강풀 작가의 대본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일반적인 대본과는 다르다고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무척 길었다. 결국 자르려는 자와 지켜내려는 자의 밀당 덕에 주옥같은 대사가 나올 수 있었다. 강풀 작가나 감독님의 외모를 보면 그냥 아저씨 그 자체인데 어찌나 섬세한지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빙》 안에 다양한 장르가 있다. 또 그걸 다 해낸 배우다.

“항상 그랬다. 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캐릭터가 늘 있더라. 거미줄 빼듯이 다른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우리나라 작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무빙》은 긴 호흡이라 그 속에서도 안 해본 장르가 없다. 이 작품을 끝낸 지금, 이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분명 그 이상의 것이 오리라는 걸 나는 안다.”

《무빙》에서도 극 중 치킨집을 운영한다. 류승룡에게 치킨이란 뭘까.

“《염력》은 극 중 딸이 치킨집을 운영했고, 《극한직업》에서는 마약 수사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치킨집을 차렸다. 이번에도 치킨집 사장이다. 다음 작품은 아예 제목부터 《닭강정》이다. 넷플릭스 작품이다. 예전에는 치킨이나 닭가슴살 광고도 한 적이 있다. 아무래도 조류 쪽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시즌2에 대한 얘기는 없나.

“해야 하는 거다. 많은 작품이 시즌2 얘기가 나왔지만 흐지부지되는 걸 봤다. 다만 저랑 비슷하게 생긴 배우가 별로 없으니 하게 된다면 환갑 전에는 찍고 싶다. 하하. 술, 담배 안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무빙》이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상상 이상의 그 무엇’ ‘무엇을 말해도 그 이상’. 실제로 《무빙》이 그랬다. 상상 이상으로 빌런들의 사연도 다양했고 그 서사 역시 공감이 됐다. 흰 타이즈나 유니폼을 입고 지구를 구하는 스토리는 아니지 않나. 다행이다 싶다. 치킨 가게 하는 옆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스토리에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박휘순, 양동근, 김신록, 문성근까지 출연배우가 이렇게 화려할 수가 없다.

“한효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선뜻 엄마 연기를 하겠다고 나선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또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그걸 해내는 모습도 놀라웠다. 조인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외 처음 만나는 배우도 많았는데, 류승범의 경우는 1~7회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이었다. 류승범이기에 가능했다.”

류승범이 연기에 집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모든 캐릭터를 ‘나’부터 출발한다. 그렇게 시작해서 대본을 많이 읽는다. 그렇다고 대본에만 집중하면 현장성이 떨어진다. 현장에서 오는 뭔가가 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대본과 현장에서의 감을 반씩 섞으며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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