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비 지원 ‘방산 보험’ 독점한 화재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관리·감독은 ‘전무’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6 07:35
  • 호수 177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재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50년간 방산 보험 독점...연간 수수료만 100억원
‘깜깜이’ 운영...금감원·국방부의 감사도 없어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K방산’이 지난해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방산 보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산 보험은 방산 업체가 무기 개발과 납품, 수출 등의 과정에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50여 년간 한국화재보험협회(화보협회)와 손해보험협회(손보협회)가 방산 보험 ‘취급 권한’을 정부로부터 독점적으로 부여받았다. 두 보험협회는 자체적으로 방산 보험료를 책정했는데, 연간 보험료의 4분의 1 수준인 100억원대 수수료를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산 업계에선 “손해율이 낮은 편이지만 지난 20여 년간 보험료 변화가 거의 없었다. 보험협회가 50여 년간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린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혈세’ 포함된 보험료의 27%가 수수료”

국회 국방위원회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의 ‘방산보험 발전 방안’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화보협회와 손보협회의 연평균 방산 보험료 수입은 376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보험협회가 민간 보험사 등으로부터 돌려받은 수수료만 연평균 103억원이다. 보험료의 약 27%가 수수료인 것이다. 특히 화보협회의 수수료는 전체의 73%에 해당하는 74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화보협회 고유 수수료(협회비) 54억원 △손보협회 고유 수수료(해상보험영업비) 18억원 △화보협회와 손보협회가 재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은 수수료 31억원 등이다(표③ <최근 5년간 방산 보험 수수료 현황> 참조). 두 보험협회는 규모가 큰 방산 보험에 한해선 재보험사에 맡기고 있다.

방산 보험료에서 보험협회가 가져가는 수수료에는 ‘혈세’도 포함된다.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할 때 방산 보험료를 ‘방산원가’에 반영한다. 방산 보험료 가운데 국비 비중은 무기, 사업 성격 등에 따라 다르다. 특히, 군이 발주한 무기 사업은 전액 국비 보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비 비중과 관련한 방위사업청의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다. 다만 이헌승 의원실이 방위사업청의 자료를 재가공해 분석한 결과, 2014~21년 기준 국비로 보전된 방산 보험료는 모두 3150억원(보증보험 포함)으로 추정됐다(표① <연도별 국비로 보전된 방산 보험료> 참조). 방산 보험료 상당 부분이 국비로 지원되는 만큼, 높은 방산 보험료는 결국 국방 예산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화보협회와 손보협회의 독점 체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앞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는 1976년 국방부에 대한 정기보안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방산 업체의 보험 가입 과정에서 군사비밀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정부는 두 보험협회가 방산 보험을 독점 취급하는 내용의 보안책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1977년 ‘손해보험사와 협회 간 특별협정’이 체결됐다. 화보협회는 ‘손해보험 공동인수협정’에 따라 화재·조립·기계·건설공사·운송·재산종합보험 등의 보험만 취급했다. 손보협회는 선박건조·적하·항공보험만 다루게 됐다. 보험협회가 취급하는 방산 보험 가운데 큰 규모의 보험을 다시 맡기는 ‘재보험사’는 대한재보험공사(현 코리안리)가 맡았다. 이에 따라 두 보험협회는 방산 업체와 계약하고, 업체별 보험을 민간 보험사에 직접 배분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21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도하훈련장에서 열린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 K-2전차 잠수도하훈련’에서 K-2 흑표전차가 남한강을 도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9월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최종 리허설에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가 선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료 자체 산정하고 근거도 미제공

두 보험협회가 방산 보험 시장을 독점하다 보니, 운영 방식도 ‘깜깜이’로 이뤄졌다. 화보협회와 손보협회의 방산 보험료가 자체적으로 산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계약 당사자인 방산 업체는 보험료 산출 근거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보험료는 손해율에 비해 높았다. 손해율은 보험료 가운데 사고 발생으로 인한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이다. 통상적으로 손해율이 낮으면 보험료도 낮아진다. 전체 방산 보험료의 손해율은 2018~22년 2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보험상품 손익분기점인 손해율(80%) 대비 절반 이상 낮다. 화보협회를 보면 2020년(77.4%)을 제외한 다른 해의 손해율은 최소 6.8%(2021년)에서 최대 20.4%(2019년)다. 손보협회의 손해율은 같은 기간 0.7%(2021년)~19.1%(2019년) 사이를 오갔다. 그래서인지 두 보험협회가 방산 보험료에 수수료를 미리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은 없었다. 특히 업계 내 문제로 지적된 방산 보험료율의 적정성, 보험료율의 부당 가산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보험에 대해 감독·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확인하거나 검사, 감사한 내역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과 국방부는 방산 보험 관련 감독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만 보안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두 보험협회의 독점 체제는 최근에야 일부 허물어졌다. 국방부가 방위산업공제조합(공제조합)의 방산 보험 판매대리점 역할에 대해 “보안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공제조합이 2021년 출범했기 때문이다. 경쟁입찰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공제조합의 평균 수수료율은 두 보험협회 대비 절반 이상 낮은 7.3%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방산 보험 시장의 과반 이상은 두 보험협회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방산 업체는 2023년 ‘방위산업 일자리 박람회’ 기준 85곳이다. 여기에 방산과 관련한 일반 기업까지 더하면 모두 160곳(공제조합 가입 기준)에 이른다.

ⓒ시사저널 최준필·이종현
손해보험협회 건물 현판ⓒ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이종현
한국화재보험협회 건물 현판 ⓒ시사저널 이종현

화보협회와 손보협회는 방산 보험료 문제에 대해 반박했다. 화보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관련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라며 “보험료율을 산출할 때 협회비를 미리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료율은 보험개발원이 통계를 토대로 정하고 △협회가 인수한 방산 보험의 97%는 재보험사가 맡는데 이 보험료율은 재보험사가 정하며 △시행령에 따라 공동 인수한 보험료의 20%를 협회비로 출연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율 대비 방산 보험료가 높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한번 사고가 나면 비용이 큰 방산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했다. 손보협회 관계자 역시 “방산 보험료로 수익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방산 보험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일반 보험상품 대비 방산 보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재산종합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10~20%인데, 보험료율 인하가 거의 20년 동안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협회가 민간 보험사의 위임을 받아 방산 보험을 취급하기 때문에 보험업법상 수지상등의 원칙, 이득금지의 원칙에 따라 보험료율은 손해율에 연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헌승 의원은 “방산 보험료 상당 부분이 방산원가로 국비 보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높은 방산 보험은 국방 예산에도 큰 부담”이라며 “조속히 방산 보험 관련 법규를 마련해 관리·감독하고, 중장기적으로 방산 보험 시장을 개방해 합리적 경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국회 국방위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