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 놀랐다? ‘강서 참패’에 긴장한 용산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0.13 16: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선 결과에 ‘김행 임명 강행’ 기류 변화…대통령실 “선거 결과 엄중히 수용”
‘尹心’ 좇던 與 친윤계도 뒤숭숭…김기현, 의원들 만나며 대책 마련 분주

이른바 ‘강서매치 참패’ 후폭풍이 여권을 강타한 모습이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에 적신호가 들어오자, 인사 방향부터 여당 총선 전략까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장 ‘윤심 후보’로 분류됐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가운데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여당 내 반감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서 보선 승리했다면 김행 임명 강행했을 수”

13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김행 전 여가부 장관 후보는 11일 강서구청장 보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사퇴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야권이 제기한 이른바 ‘주식 파킹’ 논란 등은 가짜뉴스이며, ‘청문회 줄행랑’ 논란 역시 야권이 자초한 것이란 게 김 전 후보 측 입장이었다.

여당 지도부 역시 김 전 후보 입각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오히려 김 전 후보가 사퇴하는 게 ‘강서 매치’에 악재가 될 수 있단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다만 김 전 후보를 둘러싼 숱한 논란에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여가부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결정을 유보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17%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여당이 참패하면서다.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 지역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여당 내부에서도 ‘이 정도 격차’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개표를 채 마치기도 전 김 전 후보 측이 자진사퇴를 먼저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장관 후보란 게 ‘인형 뽑기’ 하듯 정하는 게 아니다. 나름의 인사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를 쉽게 날리기는 어렵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정치인 중) 장관 후보로 나설 인사도 없다. 김행 후보자를 대체할 새 후보를 선별하는 게 쉽지 않았고, 이슈(강서 보궐선거)가 없었으면 임명을 강행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면 공멸”…與 총선전략 수정할까

‘강서 참사’가 비단 ‘김행의 운명’만 바꾼 것은 아니다. 보궐선거의 파장은 대통령실과 여야 지도부, 각 당의 계파 권력지형 등에 파도를 일으키는 방아쇠가 됐다. 특히 ‘이념 전쟁’을 선포하며 야당과 각을 세웠던 윤 대통령이 숙제를 받아들었다. 보선 결과를 확인한 윤 대통령은 ‘교훈과 변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당장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좇던 국민의힘 친윤석열계 일각에서는 불만과 불안 섞인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TK(대구‧경북) 여권 한 관계자는 “정부를 응원하는 것은 여당의 당연한 책무지만, 총선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용산이 아닌 국민”이라며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르면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천과 재선이다. 민심이 악화되면 친윤이고 비윤이고 공멸”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여론의 추이도 여권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총선과 관련해 어느 쪽 주장에 더 동의하는지 물은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39%,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48%로 나타났다. 13%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론(42%)과 견제론(44%)이 비등했던 것을 고려하면 정부 견제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모습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김기현 대표도 변화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취소하고, 최고위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해 향후 수습 방안에 대한 중지를 모았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보궐선거 패배 여파를 수습하기 위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기사 내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4.2%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갤럽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