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꿈틀대는 ‘코인族’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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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美 증권예탁결제원에 등록…출시 임박?
내년 4월엔 반감기 도래…모건스탠리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

# 30대 직장인 김경호(가명)씨는 ‘총알’을 준비 중이다. 올해 안에 다시 가상자산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여유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의 전부를 가상자산으로 채웠다가 테라‧루나 사태 충격으로 큰 손실을 본 바 있다. 아직까지 손실을 복구하진 못한 상태이지만, 김씨는 투자금을 모아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FTX 사태와 테라‧루나 사태 충격으로 한파기를 맞았던 가상자산 시장이 1년 만에 대형주를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대감과 내년 4월 예정된 반감기 등 반등 요인이 투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빗썸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 시세를 살펴보는 모습 ⓒ 연합뉴스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빗썸에서 한 시민이 비트코인 시세를 살펴보는 모습 ⓒ 연합뉴스

“현물 ETF 출시 임박” 관측에 비트코인 ‘고공행진’

25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11시 기준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는 46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3000만원 중반대에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1일 4000만원 선을 넘긴 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100만원 선에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가격이 2배 오른 셈이다.

비트코인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건 ‘현물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다. 전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의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10% 이상 급등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관 자본 같은 신규 수요를 대거 유입할 수 있는 만큼 최대 호재로 꼽힌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ETF가 공식 출범하면 투자 저변이 확대돼 비트코인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블랙록 이외에도 10여 개 투자은행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신청한 상태다. 현물 ETF를 출시하려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시장에선 SEC가 결국엔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법원이 SEC와 가상자산 투자업체 그레이스케일 간 소송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하면서 현물 ETF 신청을 거부한 것은 SEC의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행위”라는 판결을 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 조작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거절해 온 SEC가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비트코인은 내년 4월 ‘반감기’를 앞두고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비트코인 반감기에는 채굴되는 비트코인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희소성을 높인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반감기는 과거 강세장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비트코인 반감기가 암호화폐 겨울의 끝을 알리고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을 의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 기념주화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비트코인 기념주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증시 주춤한 사이 "가상자산 다시 보자"

국내 시장도 때 아닌 가상자산 훈풍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흐름이다. 지난 24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의 24시간 거래대금 총합은 8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7조8000억원, 코스닥은 6조9000억원 가량이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이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을 넘어선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심이 증권시장을 떠나 가상자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은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72점을 기록해 ‘탐욕적인(Greed)’ 수준을 나타냈다. 불과 이틀 사이 19점 올랐다. 해당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5개월 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요 자산군(현물)이 오랜만에 미국에서 ETF화되는 중요 사건인 만큼 블랙록을 비롯한 대형 운용사 간 마케팅 전쟁이 예상된다. 내년 4월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돼 운용사 간 마케팅 경쟁이 일어난다면 큰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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