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면 넓히는 尹대통령, 여전히 방향은 ‘일방통행’?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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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행보 늘렸지만 尹 ‘발언’ 위주…야당‧언론엔 아직
지난해 8월 취임 1년 기자회견이 마지막…계획도 미정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입니다. 이번 기자 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여러분 앞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8월17일 취임 1년 기자회견 中)

“대통령은 언론에 자주 나와 기자들로부터 귀찮지만 자주 질문을 받아야 하고 솔직하게 답해야 합니다. 저도 대통령에 취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 1회 정도 기자들을 기탄없이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2월 11일 대선 2차 토론 中)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소통’을 앞세우며 발언과 행보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 지도부와 악수를 나눴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여전히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야당 대표와의 회담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고 기자회견은 1년 넘게 무소식인 탓에, ‘일방통행’ 소통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 패배 후 연일 참모진을 향해 당정 소통과 현장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책상에만 있지 말고 현장을 파고들어라” “변명하지 말라” 등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줄곧 강조해 온 ‘이념’은 내려놓고 ‘민생’을 거듭 언급하고 있는가 하면, 취임 후 듣기 어려웠던 ‘반성’ ‘책임’이란 표현도 사용했다.

지난달 31일 시정연설차 국회를 방문했을 때에도 윤 대통령의 변화 의지는 감지됐다. 여야 원내대표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 오찬을 함께하며 협조를 구했고 “취임 후 가장 기쁜 날”이라고까지 밝혔다.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기존 관례를 깨고 연설에 앞서 야당 대표를 먼저 호명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1일엔 “청와대 영빈관 아닌 민생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듣겠다”고 대통령실이 예고했던 대로, 직장인‧주부 등과 함께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타운홀미팅 방식의 회의를 진행했다. 2년여 전 처음 정치 출마 선언을 한 마포를 찾은 윤 대통령은 “초심을 다시 새기겠다”며 수차례 ‘서민’ ‘민생’을 강조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10월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10월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회담에 선긋기 여전…예산 정국 속 협치 요원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변화의 첫 발을 뗀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야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소통의 대상과 내용이 여전히 ‘선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9일 유족들의 거듭된 참석 요청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에 끝내 불참, 자신이 어린 시절 다니던 교회에서의 추도예배에 대신 참석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조차 “윤 대통령이 추모대회에 참석했다면 국정 기조 대전환을 천명하는 상징적 모습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1일 타운홀미팅에서의 윤 대통령 발언 역시 ‘일방통행’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의 대부분의 시간을 대통령의 발언으로 채운 데 이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 탓이다. 민생과 현장을 키워드로 대국민 접촉면을 넓히고 있지만, 기존 국정 기조는 ‘탄핵’을 당하더라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열릴 듯 보였던 야당과의 대화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영수회담 및 여‧야‧정 3자 회담에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회가 곧장 내년도 예산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윤 대통과 야당 간의 격 없는 소통과 협치의 여지는 더욱 요원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3월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주1회 기자들 만날 것”…무색해진 약속

무엇보다 소통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자회견이 기약 없다는 점이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에 대한 물음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정식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용산 시대’의 상징이자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됐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또한 이달 말이면 중단한 지 1년을 맞는다.

지난해 마지막 기자회견 당시 윤 대통령은 “이번 기자간담회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라며 “언론 가까이에서 쓴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선 후보 시절에도 “취임 후 주 1회 기자들을 기탄없이 만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내보이면서 기자회견 계획에 대한 기대도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회견 가능성에 대해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여러분 의견을 많이 듣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권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한 차례 기대를 심어줬다가 ‘역시나’라는 실망을 주면 그 실망의 깊이는 더 깊어진다”며 “대통령이 더는 선택적 소통에 그치지 않고 기자회견 추진 등 쓴소리를 직접 듣고 답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에 더욱 적극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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