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 카운트다운 시작…내년 총선에서 여당 100석 못 채울 것”
  • 박나영·이원석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3 14: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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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떠도는 ‘신당설’에 입장 밝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스펙트럼 최대한 넓게”

‘이준석 신당’ 창당설이 공론화되면서 여의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보수의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커지는 양상이다. 외연 확대를 위해 제3지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비명계와의 연합까지 거론되면서 신당 돌풍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스스로 총선을 100일 앞둔 시점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겠다고 하면서 그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누구와 만나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월2일 오전 10시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내년 총선까지의 밑그림과 신당설을 둘러싼 그의 입장을 들어봤다.

11월2일 시사저널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친윤 핵심 이철규 복귀로 혁신위는 끝났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의 현재까지 행보를 평가하자면.

“혁신위는 오늘(11월2일)로서 활동이 종료됐다고 본다. 이제 본체가 드러나는데, 인재영입위원장에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내정되면서 인요한 위원장의 역할은 끝났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2주 만에 복귀하면서 혁신위는 자연스럽게 소멸 단계로 들어갔다. 혁신위는 시간끌기용이었고, 실제로 시간만 끌었다.”

그렇다면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어야 했다고 보나.

“인 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용산을 향한) ‘말폭탄’이었다. 많은 사람이 국민의힘에 대해 지적하는 게 대통령에게 해야 할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문제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데, (인 위원장은) 당에 쓴 약을 먹이겠다는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 ‘대통령은 성군인데 당이 이상하다’는 용산의 논리를 그대로 갖고 온 것이다.

인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왜 만나지 않는가.

“하태경 의원을 통해 딱 한 번 연락이 왔는데, 만나지 않은 제가 옳았다. 인 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난 후 ‘코리안 젠틀맨’이라는 인격에 대한 평가로 둘의 대화 내용을 덮어버렸다. 자신이 전하기엔 감당할 수 없는 말들을 유 전 의원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분명히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줬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의 징계취소 처분을 ‘2차 가해’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조치여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가.

“저는 조건을 걸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총선에 이기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고민하는 것이다. 일단 제게 있어 대통령은 신용 자본이 전혀 없고, 기대하는 것도 없다. 당이 ‘이렇게 하면 이준석이 명분이 없어서 다른 형태의 행동을 못할 것이다’라는 공상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 같은데, 후안무치한 자들이다. 1년 반 동안 당이 이준석에게 한 짓이 있는데….”

대통령과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했는데, 정치 영역에서는 틀어졌다가도 뜻이 맞으면 다시 함께하는 일도 많지 않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가 내각제를 매개로 연합했다가 내각제를 안 하니 흩어지고 이런 건 정책이나 방향성에 대한 차이일 수 있다. 그런데 제 경우는 뒤에서 칼로 푹 찌른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지금은 어떤 입장이라든지가 있으면 그때부터 제가 고민해볼 수 있다. 반성문이라는 것도 기본 조건이 있지 않나. 반성문을 쓰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어떻게 하겠다가 있으면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학폭으로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걸렸을 때 기획사 통해서 사과하는 전형적인 방식인 거다. 그러니 제 입장에서 자기가 뭘 했는지 얘기도 똑바로 못 하는 사람들한테 뭘 기대하겠나.”

용산(대통령실)이 보궐선거 패배 원인을 잘못 분석하고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대통령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에 비유해 왔다. 소설 속 엄석대는 자기만의 세계를 꾸렸고 같은 반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범이었다. 나중에 담임 선생님이 새로 오면서 잘못을 하나하나 밝혀낸다. 결국 엄석대가 떠나고 학교는 정상화된다. 사람들은 결국 정의가 구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려갔을 것이다. 혁신위원장이 역량이 있다면 담임 선생님 역할을 해야 했다. 지금 국민의힘이나 여권에 필요한 것은 지난 1년 반 동안 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들이 누군지 명확히 하고 이들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철규 전 사무총장(왼쪽)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실정이 신당 창당 원동력”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일각에서는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석의 유일한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디까지 실정을 반복하느냐다. 한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행동하겠다는 날짜(12월 ◯◯일)는 이미 정해 놨다. 앞으로 제 행보에 국민이 지지를 보내준다면 그 원동력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다. 명분 같은 건 만들 필요도 없다. 여권과 여당이 구제불능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입증하면 입증할수록 그게 명분이 되는 것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헤어질 결심은 아직 안 했다’고 했는데.

“계속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고 있다. 영남이나 강원도는 이준석 공천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수도권은 아니다. 수도권은 4~5개월 앞두고 당이 정비돼 있지 않고선 어렵다. 강서 보궐선거가 17% 차이였다면, 인물 변수를 제거했을 때 노원병도 17%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본다. 노원병 유권자가 25만 명 정도인데, 3만~4만 명의 격차가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 선거가 150일 남았다고 치면 하루에 200명씩 돌려놔야 하는데, 현장에 나가 매일 새로운 사람 200명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개인 변수로 뒤집을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건데,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이준석 신당’이 창당된다면 어느 정도의 ‘빅텐트’가 될지도 관심사인데.

“하기로 결심하면 무조건 수권 정당을 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있고, 정권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라는 당이 결국 소수자들에게만 소구하는 정체성 정당이 돼버린 걸 보라. 현 선거제에서 정당은 일반적인 유권자가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 정당이 돼야 한다. 때문에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게 가져가야 한다.”

 

“신당, 보수냐 진보냐에 얽매일 이유 없어”

표방하는 가치는 무엇이 될까.

“무엇을 표방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0번 넘게 외친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이 돌아가는 방식에 민주가 어디 있으며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가진 당에서 국민의 몫이 어디 있나. 보수냐 진보냐에 얽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것이다.”

민주당 비명계, 정의당, 금태섭, 양향자 등 모두에 열려 있다는 의미인가.

“예를 들어 금태섭 전 의원과 공적인 자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해본 적이 없다. 외견상으로는 저랑 생각의 차이가 엄청나 보이지만 사적으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기에 판단은 보류하고 있다. ‘당장 만나겠다’ 이런 단계는 아니지만 그분이 진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한번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른정당 때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

“바른정당 때는 제가 계급으로 따지면 대위 정도 됐던 것 같다. 정무적인 판단을 주도할 위치에 있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다. 바른정당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리더십의 문제도 있었다고 본다. 지금은 별 달고 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제 책임하에 그때와는 판단이 다른 것이다.”

당을 나갔을 때 이준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보나.

“제가 단독 찬스를 거의 1년 동안 가져왔다. 범보수 계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무리수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고쳐야 된다는 말을 해왔던 사람이 저밖에 없다. 그게 제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보궐선거 패배 후에야 비판하기 시작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론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가 ‘박근혜 키즈’로 처음 정치 시작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심리적 평균이 적용됐다. ‘이준석은 하버드 나왔는데 왜 이렇게 무식하냐’였다. 이제 무식하다는 얘기는 없다. 다음이 ‘싸가지 없다’였는데, 최근에는 없다. 도리어 TK(대구·경북)에서 ‘처음에는 이준석이 별난 줄 알았는데, (윤 대통령이) 안철수·나경원·유승민·홍준표와도 못 지내는 걸 보니 윤 대통령이 진짜 별난 사람이었구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들과 못 어울리는 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확률이 확률적으로 더 높지 않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정치원로들이 이 전 대표에게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데.

“정치원로로서 보시는 관점이 있고 저도 나름 쌓아온 저만의 타이밍과 전술, 전략들이 있다. 항상 어르신들 의견을 참고하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방법론을 모색한 후 판단은 제가 한다.”

내년 총선에 노원병에서 출마하려는 의지는 여전한가.

“당연히 불리하다. 최근에 안철수·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해외 국정감사 중에 우상호 민주당 의원에게 이준석을 노원병에 공천해서 떨어뜨리는 게 전략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데, 이것이 그들의 수준이다. 강북 지역 주민이 들었을 때, 국민의힘이 이기기 어려운 지역구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용으로 공천을 하겠다는 것으로 들리지 않겠나. 대책이 없다. 노원에서 당선되는 것이 제 가장 명예로운 선택이긴 하지만, 도저히 지역구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은 다음에 제가 윤핵관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이유는 없다.”

강서구 보궐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해 화제가 됐는데, 현시점에서 내년 총선 결과를 예측한다면.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으로 질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탈당 후 새정치민주회의를 만들었을 때 79석 얻었다. 2008년에도 범보수가 180석 넘게 차지하면서 민주당이 82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80석, 100석을 다 겪어봐서 하한선을 알고 있다. 그러나 보수는 최근 3번의 총선에서 150, 120, 110으로 하한선을 갱신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바닥이 어디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안일하다. 김포시 서울 편입 등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실수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대로 가면 더블 스코어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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