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黨·야권연대 대항마? 힘 받는 ‘한동훈 출마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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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보선’ 패배 후 與내 위기감 증폭…“전력 다해야”
차출 효과 두고는 “이준석‧이재명 대항마”vs“정권 심판론 부추겨”

장관 한동훈은 국회의원 한동훈을 꿈꿀까. 이 오랜 질문에 야권뿐 아니라 여권의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입각 후 연일 야권과 대립했던 한동훈 장관이 이제 임명직 공무원이 아닌 선출직 공무원이 돼 당당히 야당과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면서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신당’과 ‘야권 연대’라는 변수가 여당의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잠잠했던 ‘한동훈 차출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앞 분열하는 與, 뭉치는 野

9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최근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은 ‘총선 라인업’을 두고 최종 조율 작업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출마를 원하는 참모의 의사를 최종 확인하고, 후임 인선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명단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투톱’인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의 유임이 유력한 가운데,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은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장관 역시 대거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의 총선 차출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의 경우 2차 한‧미‧일 정상회의 등 굵직한 정상외교 일정이 예고된 터라 유임이 점쳐진다.

정치권의 관심은 한동훈 장관의 거취에 쏠려있다. 당초 한 장관의 총선 차출론은 ‘어려울 것’이란 게 용산 내 기류였다고 한다. 지난 9월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크게’ 쓰고 싶어 한다”며 “그만큼 믿는 참모인 만큼 내각에 남아 대통령 곁을 보좌하길 원한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여권 내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계기는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다. 수도권 내 민심이 정부 여당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총선 위기감이 증폭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예고했고, 야권에서는 ‘진보 연대’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에 여당 내에서 ‘거물급 인사가’가 총선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한동훈 차출설’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7일 채널A 뉴스에 출연해 한 장관의 차출은 “예정됐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총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건곤일척 승부, 어느 당도 져서는 안 될 그런 승부처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강서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거의 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보지 않았나”라며 “그렇다면 저희로서는 가용 병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권 일각에선 한 장관이 선거대책본부의 중책을 맡은 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 “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고려할 것”이라며 “선대본부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동훈 효과’ 두고 與내 의견 분분

한 장관이 침묵하고 있지만 결단의 ‘데드라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장관의 출마 결심에 따라 내각의 진용, 당의 총선 밑그림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TK(대구‧경북) 지역의 친윤계 인사는 “한 장관의 출마는 좁게 보면 개인 인생에 있어 큰 갈림길일 것”이라며 “다만 결단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 장관의 총선 출마가 여당에 ‘독’일 될지, ‘약’이 될지를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 장관이 총선 전면에 나서면 ‘정권 심판론’에 더 힘이 실릴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과, ‘이준석‧이재명’을 동시에 견제하는 저격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이 올스톱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고, 윤석열 대통령과 깊은 교감을 주고받는 ‘윤심(尹心)’ 인사인 데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맞고 있는 3박자를 갖춘 한 장관이 선대위원장으로 적임자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대표는 “한 장관이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판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히려 현재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가 내각에 대한 장악력인데, 현재 그 부분에서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한 장관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더 파워풀할 것이냐를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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