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이부진·이서현 주식 부자 펜트하우스 점령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07:35
  • 호수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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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식 부자 4위 빼고 1~6위 범삼성가 독식…신세계의 이명희·정유경은 각각 5·6위

올해 세계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불황의 ‘한파’에 시달려야 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증시 역시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 50위 여성 부자들의 주식 평가액은 올해 22조6101억원에서 24조2026억원으로 연초 대비 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왼쪽부터) ⓒ뉴시스·삼성 제공·연합뉴스

극명하게 엇갈린 삼성과 신세계의 실적, 왜?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국내 500대 상장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올해 11월10일 기준으로 1조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오너 일가는 모두 10명이다. 이 중 3명이 여성이다. 삼성가(家) 세 모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홍라희 전 관장의 주식 가치는 8조3843억원으로 전년(7조2980억원) 대비 14.88%나 상승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주식 가치도 각각 8.33%, 9.84% 오른 6조3787억원과 5조6573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인 반도체 시장 불황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삼성가 세 모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 주식 부자 순위에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아우른 전체 주식 부자 순위에서도 이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전통 재벌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등 신흥 재벌을 제치고 2, 3, 4위를 기록했다. 이들보다 주식 가치가 높은 유일한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범(汎)삼성가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행보다. 두 모녀는 올해 여성 주식 부호 순위에서 나란히 5, 6위를 기록했다. 삼성 세 모녀까지 더하면 여성 주식 부자 10명 중 5명이 범삼성가인 셈이다. 이들 5명의 주식 가치는 21조2040억원이다. 전년 대비 9% 오른 수준으로, 나머지 200여 명의 여성 주식 부호 평가액을 합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삼성가와 달리 신세계 두 모녀의 평가액은 올해 크게 감소했다. 정 사장의 올해 평가액은 3984억원으로 전년(5668억원) 대비 29.71%나 줄어들었다. 이 회장의 평가액 역시 3853억원으로 전년(5105억원) 대비 24.53% 낮아졌다. 엔데믹 이후 계속된 보복소비로 호황을 누린 유통업계가 올해 불황으로 돌아섰고, 관련 회사의 주가 역시 크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범삼성가 외에 10위권에 든 여성 주식 부자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4위·7625억원)과 이화영 오리온그룹 부회장(7위·1991억원), 김주원 DB손해보험 부회장(8위·1884억원), 정성이 이노션 고문(9위·1530억원),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10위·1458억원) 등이다. 이들의 올해 평가액 역시 극명하게 엇갈렸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 6.85%를 보유한 최 이사장의 경우 올해 ‘1조원 클럽’에서 탈락했다. 연초 대비 주식 평가액이 16.52%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화영 부회장과 김주원 부회장, 정성이 고문, 조희경 이사장 등의 지분 가치는 각각 1.15%, 29.20%, 4.49%, 34.68% 상승했다.

종근당·농심 2·3세들, 평가액 40% 이상 증가해 눈길

올해 조사에서 평가액이 가장 많이 오른 여성 주식 부호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두 딸인 주경·주아씨다. 종근당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13억5000만 달러(약 1조7500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들어서만 종근당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올 초부터 그룹의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온 주경·주아씨의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누나인 신현주 부회장의 주식 가치도 올해 43.20%나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농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4285억원과 2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57%, 104.5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가가 요동을 쳤다. 최근 1년간 농심 주가는 31만원대에서 41만원대로 30% 넘게 올랐다. 10월 장중 한때 5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덕분에 신 부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주식 부호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누나인 조희원씨(383억원·34.68%),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송광자씨(393억원·25.37%),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부인 정승혜씨(557억원·11.31%) 등의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반대로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의 장녀인 김승연 상무와 부인 이명애씨의 주식 가치는 올해 30.26%나 하락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 부문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 호재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김 회장 일가의 주식 부자 순위 역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두 모녀의 주식 가치 역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누나인 영림씨와 여동생 영혜씨, 장녀 연지씨의 지분 가치도 모두 16.90%씩 떨어졌다. 올해 오뚜기의 실적 추정치는 나쁘지 않지만, 주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 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오르면서 오너 일가의 주식 가치가 40% 이상 증가한 라면업계 라이벌 농심과 비교된다.

이 밖에도 BGF리테일 주식을 5.33% 보유한 홍라영 전 리움 총괄부관장의 주식 가치도 지난해 1746억원에서 올해 1333억원으로 23.64% 하락했다. 여성 부호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11위로 낮아졌다. 천경준 씨젠 회장의 부인 안정숙씨의 주식 가치 역시 22.68% 감소했다. 진단키트 전문업체인 씨젠은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엔데믹에 돌입하면서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안씨는 지난 6월 보유지분 1.3%를 손주들에게 증여하면서 여성 주식 부호 순위도 5계단이나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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