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암 정보 주의보 '48%가 광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3 10:05
  • 호수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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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할 만한 암 정보 위해 ‘출처·근거’ 확인…의료진 아닌 사람에게서 치료나 약 추천받지 말아야

암에 걸린 사람은 암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다. 특히 치료가 쉽지 않은 말기 암 환자는 온라인 암 정보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2019년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개그맨 김철민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미국인의 유튜브를 보고 따라 했으나 증상이 악화해 2021년 유명을 달리했다. 온라인에서 암 정보를 검색하는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정서적인 공감이나 지지를 받거나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동기를 얻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암 정보 가운데 올바른 정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자칫 그릇된 정보를 믿고 따라 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이 악화한다. 

온라인에는 암 정보가 넘쳐나지만 절반은 광고성 콘텐츠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적의 치료’라거나 ‘부작용 없음’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운 광고성 콘텐츠는 대부분 병원이나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이다. 그런 광고성 콘텐츠는 대부분 신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안중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은 “정확하지 않은 온라인 의료 정보는 자칫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외국의 저명한 의학저널에서도 다룰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다. 부정확한 온라인 의료 정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암 치료에 대해서는 주치의와 꼭 상의하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온라인 암 정보의 신뢰도를 분석했다. 우선 일반인이 주로 사용하는 포털사이트(네이버·구글)에서 7대 암(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갑상선암) 정보를 검색해 상위에 노출된 919개(네이버 598개, 구글 321개) 게시글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48.6%는 광고성 콘텐츠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 자료 사진

광고성 콘텐츠 정보는 기초적 수준일 뿐

7대 암 가운데 광고성 콘텐츠가 많은 암종은 유방암(65.3%), 대장암(55.2%), 위암(53.7%) 순이었다. 간암(33.3%)과 췌장암(34.5%)은 광고성 콘텐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래도 30% 이상이 광고성 게시글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원영 국립암센터 희귀암클리닉 종양내과 전문의는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가장 상위에 노출되는 ‘파워링크’라는 광고물을 아예 제외하고도 광고성 콘텐츠가 많았다. 병원이 운영하는 블로그의 게시글이라도 광고 목적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광고성 게시글로 판단해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심지어 병원 웹사이트의 콘텐츠에도 광고성 게시글이 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 투병기도 홍보 문구가 혼재된 경우 광고성 게시글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광고성 게시글은 암 치료 정보나 암 투병 경험을 나열한 후 특정 병원이나 제품·식품을 홍보하는 식이다. 예컨대 “정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자 이상 소견을 검사해서 초기에 종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 ○○요양병원은 암 수술 후 회복 치료와 후유증 치료를 도와드린다”거나 “친구는 유방암 진단비 보험을 가지고 있어서 종양 치료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 이런 보험상품을 하나쯤 가져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여러분도 필요한 사람은 활용해 보시라”거나 “고용량 비타민C 주사 등 이러한 면역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면역력을 높여주고 폐암 증상을 줄여주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 면역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에 따르면 한 개의 암 정보 콘텐츠에서 광고 글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고 밝혔다. 가령 한 유방암 관련 게시글에서 정작 암에 관한 내용은 17%이고 나머지 83%는 광고라는 것이다. 게다가 암 정보 수준은 매우 기초적이고 원론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원영 전문의는 “학술논문이나 검증된 데이터를 소개한 경우는 22.8%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광고성 콘텐츠의 주요 작성자는 병원

이와 같은 광고성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는 데는 병원이 앞장섰다. 광고성 게시글을 가장 많이 올린 행위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한방요양병원(26.8%), 종합병원(25.3%), 일반인(21.3%), 개인병원(17.4%) 순이었다. 병원이 광고성 콘텐츠를 올리는 경로는 블로그가 가장 많았다. 최원영 전문의는 “포털사이트에 따라 검색 시 발견되는 광고성 게시글의 경로가 다르다. 네이버에서는 광고성 게시글의 96%가 블로그를 통해 올라왔고, 구글에서는 광고성 게시글의 81%가 병원 웹사이트에 게재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온라인에는 암 정보를 가장한 광고가 많다. 따라서 온라인 암 정보를 찾기 전에 두 가지를 먼저 명심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어디선가 암 치료법이나 암 투병기를 보고 따라 하지 말라는 의미다. 같은 암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나 치료법이 다르다. 가령 강아지 구충제가 누군가에게는 치료제로 작용할지 몰라도 대다수에게는 수명을 단축하는 위험 요인이다. 

두 번째는 ‘의료진이 아닌 사람에게 치료나 약에 대한 추천을 받지 않기’다. 환자의 상태는 주치의가 가장 잘 안다. 따라서 주치의와 모든 것을 상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임주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모든 환자에게 치료 반응이나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또 의료진이 아닌 사람에게 치료법이나 약을 추천받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 실명으로 표기돼 있어야 신뢰도 높아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삼고, 온라인 암 정보는 참고로 생각해야 한다. 온라인 암 정보 중에서도 광고성 콘텐츠를 걸러내야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최근 발표한 ‘온라인에서 올바른 암 정보를 찾기 위한 행동 수칙’을 참고할 만하다(별도 표 참고). 

이 수칙의 핵심은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정부 기관, 병원, 대학, 학회, 의학저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올린 콘텐츠는 신뢰 수준이 높다. 웹사이트 주소 끝부분을 확인하면 편리한데, ‘.go’는 정부 기관이고 ‘.ac’는 교육기관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명성 있는 기관을 팔로우 하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암 정보 콘텐츠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믿을 만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작성자가 불분명한 게시글은 일단 피하는 편이 낫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치료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병원의 직원 또는 광고업자가 후기를 게시한 것일 수 있다. 이는 신뢰하기 어려운 의료 정보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게시글 내용에 구체적인 연구 내용과 전문가의 검토 설명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전문가도 실명으로 표기돼 있어야 신뢰 수준이 높다. 가령 “미국의 한 교수는…”보다 “홍길동 한국대 교수는…”이라는 표현이 믿을 만하다. 게시글에 ‘교정 박사’나 ‘성형 명의’와 같이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이 나오면 신뢰성이 떨어진다. 전문가가 게시한 글이라도 의료기관, 전화번호, 약도, 이메일, 홈페이지 주소 등을 게재하면 광고에 해당한다. ‘부작용 없이 안전한 시술’과 같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은 믿지 말아야 한다. 

언론사의 건강 기사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여기저기에 떠다니는 정보를 모아 짜깁기한 기사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출처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처럼 명확하고, 내용을 검토한 전문가도 ‘홍길동 ○○대학 종양내과 교수’처럼 실명으로 표기된 기사여야 신뢰할 만하다. 임주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활발해지면서 온라인상에 승인받지 않은 암 진단법과 치료법이 퍼지게 됐다. 정부나 학회 등 검증된 출처에서 나온 정보인지 확인하고, 글을 작성한 사람과 의견을 제시한 출처가 어디인지 살펴보는 게 좋다. 최근 5년 내 업데이트된 내용인지 시기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에서도 신뢰할 만한 온라인 의료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큰 숙제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기억하기 쉬운 선별법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이 2007년 학계에 보고한 것은 이른바 ‘CREDIBLE(신뢰할 만한)’ 선별법이다. 영문 앞글자를 따서 △최신의 것인가(Current) △출처가 분명한가(References) △명확한 것인가(Explicit) △후원자가 명확한가(Disclosure of sponsors) △이해관계가 있는가(Interests) △균형 잡힌 내용인가(Balanced Content) △근거 수준은 어떤가(Level of Evidence)를 확인하라는 의미다. 장대영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은 “모든 항암 치료에 관해서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암 전문 의사와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암 정보를 문의하는 것 역시 환자 본인의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을 추천하며, 그 외 추가적인 정보는 공신력 있고 검증된 출처에서 얻는 것이 중요하다. 검증되지 않거나 광고성의 잘못된 정보로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치료 시점을 놓치거나 경제적 손실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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