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청문회서 고개 숙인 DL·SPC 회장…“뼈저리게 반성”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12.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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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사망 중대재해 잇단 발생에…野 “끔찍하지 않나”
與 불참으로 사실상 ‘반쪽’ 청문회…“산재 예방 계획서로 충분”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간사 자격으로 참석한 임이자 의원을 제외한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불려 나온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했다.

두 사람은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향후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환노위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외국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이 회장과 허 회장에 대한 고발 등을 검토했으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따라 지난 10월27일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다.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DL이앤씨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SPC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지는 등 사고가 이어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을 겨냥해 "1년 반 동안 7건의 사고가 나서 8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회장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기업을 위해 일하다 노동자가 죽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허 회장은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환노위 위원들은 산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에게 장시간 노동을 산재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하며 "2조 2교대 등 장시간 노동으로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온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 회장에게 "안전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가 낙찰제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산업재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회장은 "안전 비용의 경우 올해 작년보다 29%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이상 증액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안전 교육을 더 많이 하고 (노동자 작업 중) 위험한 부분은 기계 설비로 대체해서 우리 작업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날 청문회는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사실상 반쪽으로 치러졌다. 이 회장과 허 회장이 노동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당시 여당은 '기업 오너를 부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방문해 비공개로 간담회를 열자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 실시 계획 채택의 건을 의결할 때 퇴장했다.

이와 관련해 임 의원은 "DL과 SPC에 산재 예방 계획 등을 요구해 제안서를 받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여당 의원들은) 야당과 합의되지 않은 청문회라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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