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도 망치더니”…尹 사과에도 ‘엑스포 참패’ 후폭풍 일파만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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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엑스포 참패’ 진상규명 시동…이재명 “국민 속이고 우롱해”
홍준표 “尹 거짓 보고하게 한 참모 밝혀라”…외신도 “예견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불발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치권에선 ‘정부 책임론’이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엑스포 유치전 실패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벼르는 모습이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이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보고하게 한 참모들을 밝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외신에선 “지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으로 한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이번 참패는 예상된 결과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여러 차례 순방과 홍보 등을 통해 엑스포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다. 그럼에도 부산은 지난 11월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1차 투표에서 투표에 참석한 165개 회원국으로부터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119표를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는 90표의 큰 차로 패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11월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모든 것은 저의 부족”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엑스포 유치전을 주도한 박형준 부산시장도 1일 대국민 사과를 전했다. 그는 이날 부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은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한 분노와 좌절이 크겠지만, 엑스포 유치과정에서 부산이 하나로 뭉쳐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힘은 부산 미래를 활짝 여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과 정부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유치전 과정의 문제들을 짚으며 공세를 집중시키려는 분위기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월30일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 “정말 예측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 대해서 국민들의 상심이 크다”며 “유치전 실패 원인을 세밀하고 면밀하게 점검하는 국회 내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 관련해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 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여러 사안들 따져봐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 정부를 직접 직격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각계가 나서 함께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가 나온 것 자체야 누가 뭐라 하겠느냐”면서도 “문제는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대체로 예상했었다”며 “막판 대역전극을 운운하며 국민의 기대를 부풀게 했는데, 이게 무슨 축구 경기도 아니고 기분 좋자고 하는 게임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주요 정책을 두고, 부산의 미래를 두고 하는 일에 이렇게 진정성 없이 장난하듯 접근해서야 되겠느냐”라며 “만약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 막판 대역전극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국민이 받은 상처, 우롱당한 억울함을 해소해 주기 위한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권에서도 정부를 향한 따끔한 질책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서 돌아온 대통령을 ‘49대 51 막판 역전 노린다’, ‘박빙’이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보고하고, 하루 만에 또 파리로 출장 가게 한 참모들이 누군지 밝혀내 징치(징계해 다스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능하고 아부에 찌든 참모들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정권을 망친다”며 “세계의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한 관계 기관들의 무지와 무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에선 이미 잼버리 파행 전례가 있는 만큼 유치전 실패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매체인 ‘디 아티클(The Article)’은 한국의 대규모 국제행사 관리 능력에 대해 “지난 8월 한국에서 진행된 잼버리가 재앙으로 변하면서 그 신뢰를 잃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만3000명의 청소년도 관리하지 못한 나라에서 28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이는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할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나라가 많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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