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으로 본격화된 ‘남북 우주경쟁’…韓의 ‘425’와 北의 ‘만리경’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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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최초 군정찰위성…국내 지상국과 교신도 성공
내년 4월 이후 SAR 위성 4기 순차 발사…2025년까지 5기 확보
지난달 北이 발사한 ‘만리경 1호’, 이달부터 정식 정찰 임무 착수
2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 첫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Ⅹ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2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 첫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Ⅹ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우리 군이 첫 군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일 오전 3시18분(한국 시각) 군정찰위성 1호가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미국 스페이스 X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에 탑재돼 발사된 1호기는 궤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오전9시47분 국내 지상국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촬영 영상 해상도 0.3m급…“北 정찰위성에 비해 월등”

국방부와 방사청에 따르면, 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우리 군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으며, 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군사위성 정보를 미국에 의존해왔던 과거와 달리, 정찰위성을 통해 군 당국이 원하는 지역의 고해상도 영상 정보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발사된 정찰위성은 고도 400~600㎞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으로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를 탑재했다. 밤에도 적외선 카메라로 표적 탐지와 추적이 가능하다. 정찰위성은 북한의 이동식 발사차량 움직임 등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에 이를 제거하는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에 필요한 ‘눈’ 역할을 할 전망이다. 우주 환경에서 4~6개월간의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방부는 “군은 신속한 징후 감시 및 조기경보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도 체계개발 진행 중으로, 군정찰위성과 초소형위성체계의 상호보완적 운용으로 군 독자적 감시정찰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해 북한과의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해 서해에 추락한 북한 정찰위성을 인양해 카메라를 분석한 결과, 해상도가 낮아 군사적 효용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쏘아 올린 정찰위성의 촬영 영상 해상도는 0.3m급으로,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다는 평가다.

북한은 지난달 22일 전날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 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22일 전날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 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 ‘만리경 1호’에 이어 추가적 군사위성 발사 예고

정찰위성의 ‘눈’을 바탕으로 남북 간 우주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한의 첫 정찰위성의 이름은 ‘만리경 1호’다. 북한은 두 차례 실패 끝에 지난달 21일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궤도에 진입시켰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지난달 22일 “만리경 1호는 7~10일간 세밀조종 공정을 마친 뒤 12월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위성 발사를 예고한 만큼, 군 당국은 북한이 천리마 1형과 같은 로켓을 여러 기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한국의 정찰위성 발사는 2018년부터 추진해 온 ‘425 사업’에 따른 것이다. 425는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와 전자광학(EO)의 영문명(SAR+EO)을 소리가 비슷한 숫자로 표기한 것이다. 오는 2025년까지 EO·IR 장비 탑재 위성 1기와 고성능 SAR 위성 4기 등 중대형 군사위성 5기를 발사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SAR 위성 4기는 내년 4월 이후 순차 발사될 예정이다.

SAR을 탑재한 위성 4기는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날씨와 관계없이 북한 지역의 관측이 가능하다. 5기의 정찰위성을 모두 확보하면 북한의 특정 지점을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안보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고자 국방 우주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월등한 대북 우위의 우주 기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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