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이재명 체제 1년간 혁신·변화 없어…약속부터 지켜야”
  • 변문우·구민주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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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지현 前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병립형 회귀는 노무현 정신 배반 행위…명분 없는 승리 안 돼”
“송영길 등 586세대, 정치 그만하셔야…최강욱 제명이 옳았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송파을 출마를 예고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스튜디오 반전(정치 아카데미)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 상황에서 미래를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 저 박지현”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이재명 대표 체제 1년 동안 혁신이나 변화가 보이지 않았고 어떠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잇단 설화를 빚은 송영길‧최강욱 전 의원에 대한 당의 미온적 대응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은 최근 당내서 논쟁 중인 선거제 ‘병립형 회귀’에 대해 거듭해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최근 이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 발언에 대해 “노무현 정신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명분 없는 승리보단 명분 있는 패배가 더 가치 있다”고 직격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은 당내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과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에선 연대가 왜 어려울까”라며 아쉬움도 함께 토로했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송파을에 출마하여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송파을에 출마하여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단도직입적으로 ‘왜 지금 박지현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다음 총선은 ‘과거로 회귀냐, 미래로 나아가냐’의 싸움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의 상황에서 미래를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 저 박지현이다. 정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정치를 할 것이다. 또 민주당의 2030 여성 정치인들에게 필요했던 목소리들을 낼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총선 출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을로 왜 출마를 결심했는지.

“긴 고민 끝에 정한 기준은 제 출마가 ‘민주당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번 총선 뿐 아니라 다음 대선도 길게 바라봤다. 또 송파구가 험지인 만큼, 변화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해줄 수 있는 구민이 계신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보수정당이 많이 당선돼온 만큼,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교만의 철퇴를 상징적으로 내릴 수 있는 곳이라고도 생각했다. 비례대표 출마는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았다.”

전임 비대위원장으로서 이재명 대표가 1년간 이끈 당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재명 대표 체제 동안 혁신·변화한 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특히 기득권 팬덤 논란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 앞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그동안 당 차원에서 숱하게 했던 약속들을 이제라도 지켜야 한다고 본다.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다음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약속 중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제가 가장 두려운 것은 ‘선거제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다. 이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이재명 대표도 대선 때 본인이 대통령되는 것보다 세 번째, 네 번째 당의 출연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했다. 또 전당대회 때도 정치개혁을 약속했다. 근데 그걸 지키지 않으려 한다. 이는 약속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 주류층은 현실성을 이유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일 때부터 선거제 개혁을 ‘평생의 꿈’이라고 얘기하면서 네 번이나 약속했다. 근데 이렇게 여러 번 공언한 약속도 안 지키면서 총선 공약을 어떻게 내세울 수 있겠나.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를 주겠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총선 때 부산으로 가서 멋있게 지고 대통령까지 되셨다. 근데 이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발언은 노무현 정신을 아예 배반하는 행위다.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민주당은 더 큰 신뢰를 잃을 것이다. 반대로 가야 승산이 있다. 명분 없는 승리보단 명분 있는 패배가 앞을 내다봤을 때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금지해, 명분도 챙기고 약속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송파을에 출마하여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송파을에 출마하여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이 변해야 할 부분도 산적한데, 최근 청년·여성 비하 논란으로 동력이 떨어졌다.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현수막 문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청년이 아닌가보다’ 생각했다. 굉장히 당의 기득권적 시각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선거 때만 청년 표를 갈구하고, 정작 청년이 필요로 하는 것은 모르는 것 같다. 민주당이 논란을 벗어나려면 기득권적 시각을 버리고, 청년이든 여성이든 동등한 정치인으로 바라봐야 한다. 저도 비대위원장직을 하면서 너무나 저를 같은 정치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당 지도부는 최강욱 전 의원의 성비위에 대해서도 1년 동안 방치하다 이번 논란으로 다급히 징계를 내린 모습이다.

“최 전 의원은 ‘내가 왜 빌런이냐’고 말하면서 여전히 반성도 안 하고 있다. 저는 ‘제명’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반성도 안 하는 사람을 왜 출당시키지 않는지 모르겠다. 국민들도 성별을 나누지 않고 다같이 문제를 느끼는 부분이다. 저는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엄격하고 심각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이 변화했음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송영길 전 대표의 발언도 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586 용퇴론’이 다시금 부상하는 분위기인데.

“송 전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정치를 그만 하셔야하지 않나’ 생각도 든다. 계속 눈살이 찌푸려지고 ‘악’만 남은 발언만 하고 있다. 물론 586 정치인들이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미래를 얘기하지 못한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왔다. 운동권 인사들은 이제 본인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떻게 장식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들의 남은 사명은 선거제를 지키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팬덤 정치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나.

“최강욱 전 의원 사건을 예시로 보면, 분명 국민적 분노가 높았던 해당행위임에도 최 전 의원을 비호하는 세력이 있었다. 이건 건강한 팬덤이 아니고 훌리건이라 생각한다. 저와 팬덤들의 공통점은 민주당이 승리하길 바라는 점일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 ‘해당행위’, ‘수박(겉은 수박, 속은 국민의힘)’, ‘내부총질’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결국 당내 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떨어진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면 당내 민주주의부터 먼저 회복해야 한다.”

민주당내 청년 정치인들과의 연대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요즘정치’라고 해서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결성한 모임도 봤고, 저도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선 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도 있고 함께 하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그 연대가 왜 어려울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청년정치를 얘기하고 많은 청년들이 들어가기 위해선 청년 세력화가 너무 절실해. 저도 가끔 외롭기도 하고 청년 세력화가 어렵다. 요즘 많은 고민도 든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송파을에 출마하여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전에서 만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고 민주당의 변화를 위해서라도 송파을에 출마하여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한데, ‘이준석 신당’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당 창당이 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신당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봤을 때 어떤 비전과 대안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준석 신당은 그 대안이 안 보이는 것이 큰 문제다. 물론 저도 최근 신당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신당보단 민주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조국 신당’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조국 전 장관이 본인의 잘못에 대해 과도한 비판을 받고 가족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 전 장관이 죄를 안 지은 건 아니다. 물론 조 전 장관이 여러 번 사과를 했지만, 이미 그는 청년세대를 포함한 국민들이 느끼기에 ‘불평등’의 상징이 됐다. 조 전 장관이 이 부분을 처절하게 반성하는 것 자체에 신당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달려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평가한다면.

“지난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후퇴할까’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국민과 함께라면 후퇴를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때 생각보다 더 많이 후퇴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라도 더 잘해야 한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확장이 어렵다. 이젠 디지털 문제와 기후위기, 연금·노동·교육개혁 등 의제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를 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정치라는 것은 어려운 사람들의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일지 유권자분들께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그 사람이 자신 있게 박지현이라 말할 수 있다. 또 국민들께 선거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더 나은 정치를 위해선 지금 선거제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선거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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