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침하면 韓 감기 걸려”…요소수로 재확인된 ‘공급망 리스크’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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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요소수 대란’ 겪고도 중국 의존도 더 늘었다
말 뿐인 ‘수입 다변화’…요소 중국 수입 비중 92% 달해
‘3개월 재고’에도 불안감…시장선 이미 사재기 움직임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통관을 돌연 보류하면서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비축량이 충분한 데다 대체 수입처를 확보해놓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불안감이 떠오른 것은 2년 전 ‘요소수 대란’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탈(脫)중국’ 공언과 달리 대(對)중 의존도는 되레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급망 위기’는 언제든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통관을 돌연 보류하면서 중국발 ‘공급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통관을 돌연 보류하면서 중국발 ‘공급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2년 전과 다르다더니…中 편중 오히려 심화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중국 현지 기업들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요소의 통관을 보류했다. 요소는 경유 차량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데 쓰이는 요소수를 만드는 재료다. 요소수를 만드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산 요소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요소 공급망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면서 “정식 수출 통제 성격보다는 중국의 자국 내 수급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3개월분을 비축해놓았고, 동남아와 중동 등 대체 수입처도 확보해둔 만큼 ‘요소수 대란’의 재연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를 이미 경험한 현장에서는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유소도 요소수 가격을 올리거나 개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불신은 수치에서 나온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일어난 2021년,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83.4%였다. 가격 폭등과 물류 마비의 위기를 겪은 정부는 뒤늦게 총력 대응에 나섰고,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공수한 끝에 급한 불을 진화했다.

당시 정부는 대처 방안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언급했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와 월 1만t의 요소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향후 3년 간 안정적 수급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수요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편중돼있던 요소 수입선의 다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인도네시아 공업용 요소 수입도 없었다. 올해 요소의 중국 수입 비중은 91.8%(관세청‧1~10월)에 달한다. 요소수 대란 여파로 잠시 줄었던 중국 수입 비중이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다시 커지면서, 오히려 편중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수급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제기한 요소 통관 애로 문제에 관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재 선적이 보류된 요소의 수출이 이뤄지더라도 중국 내 수급 상황을 이유로 ‘수출 제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지난 4일 인천신항 인근 도로변에서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가 요소수를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지난 4일 인천신항 인근 도로변에서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가 요소수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 전 분야에 ‘중국산’ 영향…공급망 ‘탈중국’ 필요성

결국 대란을 겪고도 해결되지 않은 ‘공급망 리스크’가 이번 사태로 또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소 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수적인 소재들이 들어오지 못할 경우 산업적 파급력이 크게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탈중국’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을 비롯해 핵심 광물인 니켈, 리튬, 망간 등도 60~90% 이상의 대중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간한 ‘한국경제 산업 핵심물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가 필요한 핵심 품목 중 중국산의 비중은 75.5%다. 일본(14%), 미국(10.5%)에 비해 압도적인 비중이다. 이중 기업 간 거래가 많고,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이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133개 품목의 중국산 비중은 95.4%에 달했다.

관리가 필요한 핵심 수입 품목은 전기제품, 철강, 기계 및 컴퓨터, 유‧무기화합물 등 산업용 원자재가 주를 이뤄, 산업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철 제조시 사용되는 망간,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흑연,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소재인 마그네슘 등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핵심 수입품목에 대한 수급 관리를 못하면 언제든지 ‘요소수 대란’ 같은 공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양자간 통상갈등과 미·중 무역 갈등 현황을 시의 적절히 업데이트하고 무역 통상전략 조정,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 제고, 수입 다변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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